가덕도 공항 지으려면… 바다 693만㎡(축구장 759개 넓이) 메워 활주로
부산시가 구상 중인 가덕도 신공항은 최근 개통된 거가대로(경남 거제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도로)의 종점인 가덕도 남동단 앞바다에 조성된다. 신공항의 부지 면적은 693만㎡(210만여평·서울 월드컵경기장 759개 넓이). 부지 전체가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다.
매립하게 될 해역의 평균 수심은 16m로 그리 깊지 않다. 매립된 바다의 공간을 메우는 데 필요한 흙·모래 양은 1억3100만㎥ 정도. 이렇게 만들어진 부지 위에 폭 45m, 길이 3200m짜리 활주로 2개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강희천 부산시 동북아제2허브공항유치기획팀장은 "바다 수심이 16m밖에 안 되는 데다 밑바닥 암반층이 단단해 공항을 조성한 뒤 침하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의 장점은 바다 위에 지어져 주변에 비행기 항로를 가로막는 산 같은 장애물이나 소음 민원이 발생할 주거 밀집지가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 허범도 정무특보는 "안전하고 소음 민원이 없는 가덕도 신공항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지방공항의 저주'라는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인근의 부산신항과 연결해 하늘과 바다를 잇는 세계적 수준의 복합물류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국가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새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는 7조9000억원 혹은 9조8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시 김효영 교통국장은 "7조9000억원은 부산발전연구원에서, 9조8000억원은 국토해양부에서 각각 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기간은 총 5년 6개월로 추정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조선·기계·부품 등 산업이 밀집한 창원·거제·김해·양산 등과 인접해 있고, 부산~울산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자동차·조선의 메카인 울산과도 멀지 않다.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 박인호 공동대표는 "접근성 등의 문제를 지도상 직선거리나 단순 거주자 수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며 "영종도 인천공항처럼 해외 비즈니스·여행 수요가 많은 지역과 얼마나 잘 연결되고, 국내·외 항공사들이 흔쾌히 노선을 개설할 조건을 갖췄는지 등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양 공항 지으려면… 산 10개 깎아 시야 확보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4개 자치단체가 그리는 '밀양신공항'의 미래는 이렇다.
'2개의 활주로와 연간 2322만명의 인원과 40만t의 화물을 실어 나르는 명실상부한 순수 민간전용 국제공항.' 총 8조5019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길이 3800m의 활주로 2개를 만든다. 이를 위해 논밭 1000만㎡를 편입해야 한다. 또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장애가 없도록 ICAO(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정한 기준에 맞춰 인근의 산 10개를 깎기로 했다. 산을 깎을 때 나오는 흙은 대략 1억8000만㎥. 이를 공항부지를 닦는 데 활용할 수 있고 깎인 산 부지는 산업단지나 위락단지로 개발할 수 있어 오히려 공사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밀양신공항의 장점은 뛰어난 접근성과 저렴한 건설 비용이다. 영남권의 부산·대구·울산·포항·구미 등 주요 도시가 90㎞ 이내 위치해 1시간 정도에 올 수 있다. 더욱이 울산·구미·창원 등 주요 산업단지에서도 접근이 쉬워 항공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재석 영남권신공항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 기술자문위원장(경일대 교수)은 "내륙공항이기 때문에 주변 도시에서 쉽게 올 수 있어 경제성에서도 매우 뛰어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해공항 공군기지(K1) 비행장과 겹치지 않아 24시간 순수민간전용공항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주변에 대구~부산, 중부내륙, 남해 등 고속도로와 경부선 KTX, 신항만 배후철도 등 연계교통망이 갖춰져 신규 인프라 투자 비용도 적게 든다. 밀양 주변에만 33㎢의 배후부지가 있어 공항 신도시나 물류시설, 국제컨벤션센터 건설도 가능하다.
일부에선 산을 깎게 되면 녹지훼손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대구경북연구원과 한국항공정책연구소의 입장은 다르다. 공항 건설을 위해 정리해야 할 산이 21개 산이 아니라 10개 산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녹지훼손 면적도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 "신공항 타당성 없으면 둘 다 안될 수도"
여권서 재검토론 부상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와 관련, "타당성 조사 결과에서 (밀양과 가덕도 중) 어느 한 쪽이 타당하다고 결론이 나면 그쪽으로 가면 되는 것이고, 두 곳 다 타당성이 없다면 양쪽 다 못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타당성이 있다 없다, 어디가 좋다는 것이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정부가 합리적으로 결정하리라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타당성 평가 결과에 따라 신공항 입지를 정하되 경우에 따라선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두언 최고위원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신공항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지역갈등을 유발하니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주장했었다.
여권 핵심인사들의 잇따른 '원점 재검토' 발언이 나오자, 신공항 보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이동우 정책기획관도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융위기 이후 물류 수요가 많이 줄어 (신공항) 항공수요의 타당성이 낮아지고 (건설)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이번에 타당성 검토 보고서가 나와도 입지를 정하는 대신 입지 선정의 원칙만 정할 수 있다. 밀양과 가덕도만 검토 대상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지난 2009년 타당성 검토 결과처럼 이번에도 밀양·가덕도 모두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은 밀양과 가덕도를 둘러싼 심각한 지역대결 구도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신공항이 지역 간 자존심 싸움 양상으로 번지면서 어느 쪽으로 정해지든 한쪽은 죽게 돼 있다"고 했다.
영남권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반발했다. 이해봉(대구 달서을) 의원은 "신공항 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했고, 서병수(부산 해운대 기장갑) 최고위원은 "빠른 시간 안에 입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인기 의원 등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최근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만나 "신공항은 밀양으로 와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고, 부산·경남 의원들도 모임을 갖고 "반드시 가덕도가 선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지역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국회의원과 시·도당은 발언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