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건설인의 길에

각한재님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인해촌장 엄재석 2012. 9. 18. 00:00

 

 

 

 

안녕하세요? 각한재님.

저는 지금 H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우연히 토목공학에 관한 검색을 하다가 각한재님의 블로그에 들러보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의 글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토목에 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시고, 그 속에서 큰 성취감을 느끼시는 분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토목현장, 업계에서 긴 시간동안 종사하신 분께 제 미래에 관한 조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바쁘실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요즘 제 진로에 관해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과 쪽 보다는 공학계열에 적성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토목공학이 제 적성에 가장 근접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직 1학년만 마친 상태라 사실 토목에 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상태이지만, 어려서부터 멋진 건물이나 교량을 볼 때마다 매력을 느꼈으며, 그러한 건물들을 실제로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또한 수학적으로 구조물을 분석하고, 미적요소를 고려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건물을 짓는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른 공학계열에 혹시 더 적성이 있을까 싶어, 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각 공학과의 과목이름들과 그 소개를 읽어 보았을 때도, 토목공학의 교과목들이 가장 배우고 싶고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제 길이 토목공학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제일 우려되는 점은 가정생활이 안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의 아버지 또한 토목공학과를 졸업하셨고, 건설회사에서 몇 년간 일하셨지만, 외지로 떠도는 생활이 힘들어 직종을 바꾸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토목 쪽으로 가려면 이런 어려움을 감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면서도, 요즘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대체적으로 근무일수를 보장하고, 해외 프로젝트는 사원들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오랜시간 동안 외국에 머무르는 일이 없도록 예방한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여건이 실제로 보장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해외 등 외지 공사를 겪으실 적에, 개인적으로 어려우셨던 점이라든지, 오히려 좋았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둘째로는 토목산업이 지금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는 이제 일감이 별로 없어,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고 있고, 대기업들은 해외 프로젝트에 의존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향산업이라고도 하던데, 토목분야 중 앞으로 유망한 분야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취미활동 한 가지 정도는 즐기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런지요? 아버지께서는 예전에는 아침 일찍 시작하여 저녁 늦게 일이 끝나 취미활동을 즐길 시간을 갖기 어려울 거라 하셨는데,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니 이것 또한 답답합니다.


세상 어떤 일도 쉽지 않겠지만, 토목일이 어렵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보고 듣게 되니 선택하기가 솔직히 두렵습니다.

블로그에서 아들 분께도 토목공학을 공부하라고 권유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모르고 있는 토목공학의 장점,분야, 선택하기 전 꼭 알아 두었으면 하는 점이 있으시다면, 꼭 듣고 싶습니다.


적다보니 염치없게도 많이 적었네요. 바쁘신데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항상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토목의 길을 묻는 그대에게

 

우선 본인의 블로그 "각한재 가는 길"(http://blog.daum.net/kackanjae)을 찾아서 부족한 글들을 세심히 읽어 주고 토목공학도로서 그동안 답답했던 질문들을 메일로 보냄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전공으로 토목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에 고민하고 있는 후배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네요.

예전에 본인이 대학을 다닐 때는 그런 고민은 필요없었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취업의 걱정은 없었는데 헌데 요즘은 우리나라의 건설산업 현실은 어려운 시기를 접어 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어려움 보다 이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 있지요.

 

 건설 불황의 원인으로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기간산업의 윤곽이 완성되어 가고 있으며 한번 건설한 건물이나 교량을 다시 지을 수 없다는데서 지금의 불황과 향후 건설물량의 감소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 다만 시간이 지나면 재건축이나 유지보수는 지속되지만 이 역시 초기 건설에 비해 더 많은 물량을 기대할 수 없겠습니다.

 해외건설이 있다지만 이는 대형 건설사와 이 분야의 경력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일반적으로 많은 수의 엔지니어들이 직업을 찾느라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언제인가 남북 통일이 되면 북한 SOC 건설에 따른 건설특수는 기대하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귀하가 궁금앴던 질문에 순서적으로 답변을 하면,

  첫째로 가정의 안정문제로는, 사실 현장근무로 인하여 불안정한 것이 일반적인 현실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경우 가족들과 같이 지낸 시간이 더 많았는데 심지어는 해외 생활까지 함께 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특수한 경우지만 본인의 해외근무로 아이들도 어려서 부터 해외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아이들의 진로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이 문제도 생각하기 나름이니 토목기술자로서 경력관리 차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국내의 좁은 시장에서 기술자로 생애를 끝내기 보다는 넓은 세계를 무대로 구히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도 토목인의 특권입니다. 사실 정년을 마치고 새로운 건설인의 길을 가고 있는 본인에게 지금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해외근무를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물론 이번에는 예전처럼 가족을 동반하기가 곤란하겠지만....

 

 둘째로 건설산업의 현실로서는, 서두에서도 언급을 하였지만 건설분야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의 대안으로서 유망한 분야로는 도시재개발과 구조물 유지보수, 해외건설 그리고 통일 후에 북한 재건 사업 등이 있지만 이 보다는 본인은 환경분야와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추천하고 싶네요.

 악화되는 지구환경을 복원하기 위하여 관련 분야는 지속적인 발전과 투자가 예상되기에 수처리나 폐기물 처리 쪽으로 많은 투자와 연구 그리고 건설사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지구 온난화와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라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대체 에너지 개발이 우리 토목인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되기에 이런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공부하시길 권유합니다.

 물론 토목이 예전보다는 힘들지만 그래도 다른 산업에 비하면 그래도 수명이 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의 예를 들면 공대에서 공부한 동기들이 거의 다 자기 전공분야를 떠나 있지만  우리 토목과 출신들은 아직도 대부분이 현직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물론 처우나 보수는 예전만 하지 못하지만 직장인으로서 30년간 몸담았던 시공 건설사를 떠나 지금은 설계용역사에서 컨설팅, 영업과 감리 업무로 제 2의 직장인의 길을 가고 있답니다.

 

 세번째로 취미생활에 관하여는 크게 걱정을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은 모든 건설사들이 주 5일제 근무를 하고 있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간 작업을 하지 않기에 많은 건설인이 자기 시간을 활용하여 악기나 운동이나 여러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금도 본인은 새벽시간을 이용하여 건강을 위하여 국선도를 수련하고 있고 인백관리를 위하여 각종 학,협회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고 페이스 북이나 블로그 등 SNS 활동도 하고 있답니다.

 무엇보다도 젊은 엔지니어는 어학이나 전문 기술사 준비 등으로 자기의 미래를 위하여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여야 합니다. 준비된 자만이 미래의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극복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이 가능합니다. 본인은 작년에는 해외건설 전문가 과정을, 금년에는 방재전문가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지금도 틈틈히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있으며 기회가 된다면 중국어도 배우고 싶답니다.

 

  마지막으로 토목직이라고 모두 오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무원이나 도로공사 환경공단과 같은 공기업도 있고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거나 연구소에서 신기술 게발에 일하거나 설계사에서 설계에 종사하거나 건설사의 본사에서 수주 영업이나 관리로 일하는 기술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해외와 국내의 현장을 보통 순환으로 배치시키거나 해외에도 가족과 함께 임지에 가서 근무할 수 있으니 염려하지 말기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세상에 남자로 태어나서 토목기술자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축복입니다. 

 넓은 세계는 귀하와 같은 젊음을 기다리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다 귀하의 아이디어와 땀으로 인류를 위한 구조물을 만들어 가는 토목 기술자의 길에 과감히 도전하기를 권유합니다.

 비록 지금은 어렵고 힘든 건설 경기 불황의 시기지만 준비하는 엔지니어들에게는 또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에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취업이나 창업에 도전하여야 합니다.

 본인도 블로그 소개부분에 올린 사자성어  "逢山開道 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터널을 내고 강을 만나면 교량을 만든다)을 가슴에 담고 세컨 라이프의 어려움를 헤쳐 가고 있지요.

부디 토목인의 길을 학생의 질문에 도움이 되길 빌며 즐거운 학창생활과 열심히 준비하는 공학도가 되길 바라면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각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