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2006년 6월 25일
산행지: 강원 영월군 남면 검각산( 505m)
코 스: 연당리 -돌고개 -묘지 -390봉 -정상 -410봉 -각한봉 -연당교
산행시간 : 약 4시간
출 발 안양: 6시 50분 사당: 7시 30분
▒ 강원도 영월군 남면 ▒ 검각산 / 505m ▒ 西江가에 솟은 영월8경·연당8경의 산 |
계족산의 안개, 금강정의 가을달, 금봉연의 돛단배, 보덕사의 종소리, 청령포의 두견새, 봉래산의 구름, 태화산의 단풍, 검각산의 푸른 솔에 덮인 눈을 일컬어 영월8경이라 한다. 일명 봉각산(鋒閣山)이라고도 하는 검각산(劍閣山·505.3m)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 서강 남쪽에 남북으로 잇대어 나간 산봉우리가 칼과 창을 곧추 세운 듯하다. 또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류하여 서강이란 이름으로 에돌아 단종의 애환을 담은 청령포를 굽이쳐 동강과 금봉연에서 어울려 남한강으로 들어가는 어름에 자리잡은 검각산은 ‘검각창송’이라 하여 영월8경에 거론될 정도로 풍광도 일품이다. 제천에서 영월 땅으로 들 때 관문 구실을 하던 검각산의 각한치(角汗峙)는 <대동여지도>에도 표기되어 있는 큰길이었다. 일설에 영월 엄씨의 시조 엄임의가 신라 때 나성군으로 영월로 부임할 때 각한치를 넘으며 이곳 산세를 보고 검각산이라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소뿔에 땀이 날 정도로 험하다는 각한치 아래 뱃터거리의 마당집에 북적거렸을 옛 영화는 간데 없고 서강에 덩그러니 긴 다리만 그림자를 드리우고 인간의 왕래가 끊겨 잡초만 바람에 흩날릴 뿐이다.
설악의 첫눈 소식에도 영월은 포근한 날씨. 정선 노두산악회 주춘옥(41세), 원미화(28세), 전영옥(26세), 김진홍(31세), 전대일씨(28세), 태백 바위솔산악회 정이호씨(59세), 태백 한마음산악회 손길원씨(39세), 그리고 삼척 풍곡모르쇠산악회장 엄기학씨(39세)와 승용차 2대에 분승하여 청령포를 바라보며 서강나루에 이르니 이름에 걸맞은 검각산의 전모가 눈에 든다. 서강을 건너 광천천(너부내)을 따라 검각산의 옆구리로 가는 길은 오지의 비포장이다. 폐교된 광천초교를 지나 날머리가 될 돌고개에 차를 한대 놓아두고 연당천을 따라 연당버스정류소에 닿았다. 산자락을 한바퀴 드라이브하여 검각산의 산세를 두루 보아두고 연당리 양연교 앞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추수가 끝난 들판을 가로지르는 태백선 기찻길이 동쪽의 작은배골로 이어지고 있어 들머리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서강을 바라보며 기찻길을 끼고 30분쯤 들길을 걸으니 낭상바위 절벽이 강 위에 떠 있는 듯한 작은배골 입구다. 몇 걸음 들어서니 삼지창처럼 되어있는 계곡들이 발을 멈추게 한다. 오른쪽 계곡에서는 물이 흘러 철길을 빠져 나오고 중앙의 계곡은 각한터널로 기차길이 이어져 있다. 삼지창처럼 펼쳐진 들머리의 계곡 왼쪽의 우묵한 갈한치계곡으로 개울을 건너 들어서니 묘1기가 외롭다. 질척거리는 오름으로 서서히 희미한 길을 따라 15분쯤에 보리수나무 아래 서걱서걱 울어대는 억새가 뒤엉켜 산짐승의 잠자리가 여기저기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항아리모양 움푹 꺼진 늪지이다. 연화부수 형국인가? 늪지를 마주보고 허름한 묘가 있다.
과일을 깎아 입가심을 하며 잠시 휴식을 하는 인간의 출현에 화들짝 놀란 산까치는 소리를 지르고 덤불 속에는 호르르 쪽쪽 비르 삐리 각종 산새소리 합창이 정겹다. 게으름을 털고 일어나 보니 예까지는 그럭저럭 길이라고 있었으나 앞으로 가야할 곳은 숲이 빼곡하여 난감하다. 억새를 헤집고 지나간 짐승의 흔적을 따라 이리저리 25분쯤을 오르니 각한치 안부다. 1973년 새마을운동 때 불태워졌다는 성황당은 주춧돌만 덜렁 남아있고 안녕을 기원했을 무너진 돌탑 위에 소사나무 한 그루가 우리를 알아본다. 이건 또 무엇인가? 일제 때 맥을 끊은 흔적이 방공호처럼 동서로 깊게 패여 아픈 역사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소장수가 빈번히 왕래하였다는 각한치에 얽힌 전설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그때 그 시절의 애환을 상상하여 본다. 이후부터는 정남쪽으로 칼날 같은 마루금을 따라 산행을 한다. 얼굴을 때리는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급경사를 20분쯤 올라서니 전망 좋은 삿갓처럼 생긴 400봉이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잎새 사이로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쇠목여울을 굽이도는 서강절벽에 신선암 또는 운장벽이라 하는 선돌이 38번 국도가 지나는 소나기재 아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400봉을 뒤로하고 미끄럼 타듯 10분쯤 내려 잘록한 각한터널 위다. 주걱사슴 뿔처럼 생긴 소나무가지 아래를 엎드려 410미터 봉을 향하여 오른다. 키를 낮춘 소나무와 잡목 때문에 허리를 펴볼 기회가 없다. 각한터널 안부에서 10분쯤에 두평 남짓한 410미터 봉이다. 뒤를 돌아보니 무릎을 치게 하는 전망이다.
방금 지나온 삿갓 같은 400봉이 코앞에 버티고 있는 양편으로 강줄기가 각각 하나씩 있는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노래한 연당8경이 발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와룡리를 끼고 도는 푸른 서강(와룡청수), 양연마을 냇가에 봄눈 녹는 모습(양연춘수), 새터 초가집 굴뚝의 저녁연기(신기모연), 안개 낀 나뱅이 연못에 낚시 드리운 풍경(운지조어), 검각산 위에 뜬달(검각경월), 논골마을에 활짝 핀 벼꽃(답동도화), 돌고개에서 채굴되는 옥돌(석치채옥), 꽃밭양지에 봄비 내리는 전경(화전춘우)이 그것이다. 북으로는 의젓하게 시루산 발본산(발산)이 확연히 눈에 들고 수백길 동쪽 절벽 아래 청령포를 감싸안고 봉래산 계족산 자락으로 꼬리를 감추는 서강과 동강의 모습도 더욱 정감을 자아낸다. 다시 정상 턱 아래 급경사로 정글도를 휘두르며 엄기학씨가 앞장을 서 올라간다. 5∼6미터 높이로 자란 노간주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소사나무는 주릉을 따라 연이어져 있어 매우 걸리적거린다. 아름다운 전원풍경 노래한 연당8경 잔솔밭에 살살 기며 꿩 잡는 포수처럼 계속 허리를 굽혀 산행이 이어진다. 410봉을 떠난 지 30분쯤에 길쭉한 칼등 능선 위에 깃대가 꽂혀 있는 검각산 정상이다. 관목 사이로 겨우 시야가 트여 조망은 좋지 않다.
낙엽을 방석 삼아 정상 옆에서 늦은 중식을 즐기고 남쪽 능선을 따라 작은 바위턱을 잠시 내려 안부를 지나 15분쯤 잡목과 실랑이를 벌이니 작은 바위가 있는 390봉이다. 390봉을 왼쪽에 두고 곰솔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다홍빛 일몰을 가슴에 싸않고 물속 같은 고요한 능선을 30분쯤 따르니 넓은 터에 자리한 묘2기가 있다. 해거름에 묘에서 보는 조망 또한 좋다. 국지산, 태화산, 삼태산, 초로봉의 산줄기들이 갈색빛으로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못등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50분을 노닥거리다 주릉을 버리고 동쪽 안골마을로 내려선다. 10분쯤 급경사를 구르다시피 쏟으니 농가와 넓은 뜰이 있는 안골마을이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수확을 끝낸 배추밭 농로를 따라 안골 깊숙이 들어가니 계곡이 밭 끝머리에서 둘로 갈라진다. 가운데 능선으로 올라보니 의외로 길이 있다. 토끼길을 따라 산줄기를 살짝 넘어 내려서니 광천리와 연당리를 잇는 비포장길 돌고개다. 해는 이미 서산에 떨어지고 달은 중천에 걸려 어둠을 밝혀 주는데 이승과 저승을 오고가는 곳집(상여를 보관하는 집)이 검각산의 등에 기대어 초저녁 잠을 청하고 있다. <글 사진·김부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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