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건설인의 길에

2009년 건설신문에 실린 인터뷰의 초안

인해촌장 엄재석 2009. 3. 17. 09:54

 

  “명퇴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

 예전에는 눈물 젖은 빵이지만 이제는 명퇴라는 단어로 바꾸어야 할 정도로 IMF와 작년의 금융위기 이후에는 우리 주위에 40-50대 세대의 가장들이 명퇴라는 미명하에 산업전선에서 물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말로만 들어오고 항상 남의 일처럼 느껴지던 명퇴사건이 드디어 나에게도 발생하였다 .작년 말에 전화로 알려온 명퇴대상 통보의 충격과 지난 13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보따리 싸고 물러나 올 때의 비통함이야 말로 어찌 글로 표현하리요. 하지만 여기서 좌절하고 포기하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젊고 과거의 직장에서 활착하지 못했다는 억울함이 나로 하여금 하루도 쉬지 않고 바로 제 2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새 보금자리인 H주택에 합류한지 만 2개월이 되어 간다.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인 (주)GS건설에서 직원의 숫자이나 매출, 수주면에서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의 소규모인 (주)한양주택의 기술 상무로 변신하였다. 토목기술자로서 오랜 경험에도 불구하고 능력이나 실력에서 부족한 나에게 제2의 직장생활을 할 있었던 것이 불행 중에 다행라고나 할까?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 쓰나미로 인하여 (주)한양주택에서 그동안 추진하여 오던 각종 재건축, 개발 사업이 대부분 축소, 취소되었고 금년부터는 토목이나 환경 등의 공공사업으로 회사의 사업방향을 변경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때 마침 MB정부의 경제정책도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하여 새만금건설, 경인운하, 4대강 정비사업 등 토목 환경 등 공공분야에서 많은 공사 물량을 발주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에 회사와 나에게는 더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어찌 살려 가느냐에 따라 내 자신의 앞날에 대한 명운과, 또한 현재는 비록 2군이지만 3년 내에 1군 건설사에 진입이라는 새 조직의 목표 달성여부가 달려 있기에 나의 모든 지식, 능력과 열정을 바쳐야 할 것이다.

 

 각한재 밑에서 태어나서 자란 본인은 각한재를 넘어가는 황소의 의지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자 이를 저의 닉네임으로 하고 나의 블러그 제호를 “각한재가는 길에”로 정하였다. 본 블러그는 현재까지 6만 명 가까이 조회를 하였고 매일 평균 100명 정도가 방문하는데 토목인 중에는 최고의 인기 블러그로 만들고 싶다.

 군 생활은 ROTC 16기로 2년간 복무하였는데 군대에서 보다 사회에서 더욱 인맥형성에 커다란 도움을 주기에 장교에 대한 긍지를 지금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나의 왼손 약지에는 ROTC를 상징하는 반지를 끼고 있으며 학군 장교와 관련된 모임에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건설 산업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매력을 발견한 본인은 동국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이후에 사회의 첫걸음을 고려개발(주)에서 시작하였다. 사우디의 사막에서 시작된 나의 건설인으로의 여정은 사우디 도로건설과 방글라데시 발전소 현장, 인도의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10년간을 해외에서 보냈다.

 국내의 경험으로 중동택지현장, 경부고속도로 확장공사, 서울지하철 6,7호선 건설공사, 용인 국도건설공사 등을 걸쳐 보성, 강릉하수관거현장과 마지막으로 장흥-광양 고속도로 9공구에서 공사, 공무, 소장직 등을 두루 수행하였다.

 물론 도급순위에 있어 중간 순위인 고려개발(주)에서 15년 생활 후에 보다 큰 조직에서 일하여 보고자 하는 욕망에 메이저 건설사인 GS건설에 합류하였다. 여기에서 부족한 전공 공부를 더 해보고자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토목공학 석사를 취득하고 환경사업에 관심이 커서 사업부까지 옮겨 가며 기술영업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였다고 자부하였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금년 초에 전직을 하게 되었다.

 종교는 강남의 소망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3년 전에 세례를 받을 정도로 뒤늦게 주님의 은총을 깨닫게 되었으며 보다 열심히 믿음의 생활을 하고자 새벽예배와 주일예배에 충실하고 있다. 3남 선교회와 건설인 모임의 총무로 활동하며 불우한 이웃사랑과 나의 생각, 말, 행동 모두를 주님의 뜻에 따라 가고자 기도하고 있다.

 2녀 1남의 가정을 꾸미고 있는데 주님이 사랑하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현지에서 고등학교 수학선생을 하고 있는 큰 딸과 약학과정을 전공하고자 하는 둘째 딸과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 모두 미국에서 공부 중에 있다. 작년 후반기에 시작된 금융파동으로 아이들의 학비조달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취미는 일주일 책 한권이상 읽기와 매일 1시간 이상 운동하기여서 퇴근 후에 시간활용을 해야 하는데 영업이나 각종 행사 등으로 지키지 못하는 날짜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골프를 좋아하여 노력하였지만 아직 70대를 그려보지 못하여 금년에 이를 달성하고자 한다. 보유하고 있는 자격은 토목시공기술사와 미국사업관리전문가인 PMP인데 환경공학 쪽에도 관심이 있어 기회가 된다면 공부하고 싶다.

 새로운 배움에 목말라 하던 차에 서울대의 ACPMP 과정에 참여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S대에서 최강의 교수진들의 지도하에 현재 건설 산업계 정상의 동기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에 특히 감사드린다.

 앞으로 1년간의 과정에서 그동안 건설업에서 일하며 시공사의 직원으로 아쉬움을 느낀 부분에 대하여 해결방안을 찾고, 또한 대한민국의 건설 산업이 자동차, 반도체나 조선 산업처럼 세계 최첨단으로의 발전이 가능하도록 교육 참여자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 싶다.

 끝으로 서울대 ACPMP 동문이라는 선, 후배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인생 후반기를 더욱 풍요롭게 생활하고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하여 본인이 추구하는 사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나에게는 커다란 축복이 될 것이다.

 

 

 “명퇴로 모두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도전과 새로운 세계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