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도시에서 삶

공중전화는 철거 중

인해촌장 엄재석 2011. 4. 16. 00:00

시대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는지

헨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를 하더니

급기야 공중전화는 사라지고 있다

 

 텅빈 공중전화 박스

 뭔가를 붙여 놓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공중전화 철거중--

 

우리의 젊음 시절에

통신 수단의 중심이였던 공중전화가..

이제는 철거의 대상이 되다니.

우리의 인생도 저렇게 철거되고 말건가..

그러고 보니 공중전화 한번 사용한 적이

그 언제였던가?

 

[Why] 공중전화 부스에 돈 찾으러 갑니다

입력 : 2011.08.13 03:17 / 수정 : 2011.08.14 09:51

공중전화 부스에 ATM… 심폐소생술 시도할 수 있는 의료기기 설치하기도
설자리 잃어가는 공중전화·전기차 충전소·택배보관소… 다양한 비즈니스 구상

휴대전화가 5000만대 이상 보급된 요즘, 거리에서 공중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은 거의 보기 힘들다. 비라도 내리면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비를 피하며 휴대전화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익숙하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풋사랑'의 열정에 들뜬 소심한 젊은이들은 연인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듣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 앞을 서성이곤 했다. 고향을 떠난 이들은 동네 수퍼 옆 주황색 공중전화기 앞에 긴 줄을 서서 타향살이의 애환을 함께 나눴다. 집이나 사무실 바깥으로 나서면 공중전화가 유일한 통신수단이던 시절, 그 앞에서 애태우고, 고백하고, 사정하고, 눈물을 흘린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때는 "해가 지면 이 공원의 전화통에는 낙엽처럼 노을이 쌓이겠지요, 나는 길고 긴 고백을 하고 싶어요"(서정윤, '공중전화')라거나, "홍등가처럼 불 밝힌 공중전화 박스"에 "낯선 말들이 뒤엉켜 흐른다"(채호기, '밤의 공중전화')고 노래한 시인들도 있었다.

서울역 등 현재 전국 100여곳에 설치된 ‘공중전화 ATM(현금지급기) 복합부스’는 내년부터 1000개로 대폭 확대된다. KT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공중전화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이제 공중전화를 소재로 연시(戀詩)를 쓰는 시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통신수단으로써의 역할은 일찌감치 휴대전화에 넘겨주고 사업자에게 만성적자를 안겨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 90년대 말 '삐삐'(비퍼)의 보급과 함께 한때 전국 60만대까지 보급됐던 기기 숫자는 현재 10만대로 급감했다. 매출도 2001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224억원으로 떨어져 전성기의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없애지도 못한다. 평상시 활용도는 떨어지지만 재난·응급 상황에 대비해 일정 대수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웃나라 일본에 대지진이 났을 때도 대부분의 통신망이 단절된 상황에서 공중전화가 '응급 통신수단'으로 사용되는 모습이 외신을 타고 연일 보도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공중전화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공중전화 사업자인 KT링커스와 협약을 맺고 2012년 말까지 전국의 공중전화 부스 1000군데에 현금입출금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내 요지를 차지한 공중전화 부스에 ATM기를 설치해 활용하자는 것. 이 회사는 최근 시범사업으로 서울 광화문의 한 공중전화부스에 급성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할 수 있는 AED(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전국 8만 군데가 넘는 '무인공중전화 부스'를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외에 '전기자동차 시대'에 대비해 공중전화부스를 도심형 전기자동차 충전 부스로 활용하거나, 태양광을 이용하는 전화부스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의 한 택배회사는 KT에 전국 주요 지역의 공중전화부스를 '무인택배보관소'로 활용하는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영국 에선 이미 공중전화 부스를 택배보관소로도 사용하는 곳이 있다.

공중전화 자체의 디자인과 기능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현재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공중전화 부스 디자인만 20여 종. 전국 지자체마다 자기 지역 특성에 맞는 공중전화 부스를 개발 중이다. 동전을 넣고 교통카드를 충전하거나 인터넷쇼핑용 사이버머니 상품권을 충전할 수 있는 전화기도 등장했다. KT링커스 이홍주 마케팅기획팀장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설치된 공중전화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통신수단과 전혀 다른 별개의 서비스를 결합하는 아이디어와 사업제안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 연가 - 이문세

이제 모두 세월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 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가사 출처 : Daum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