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자작 수필

해외플랜트를 지원하는 토목 후배에게.

인해촌장 엄재석 2013. 10. 1. 00:00

보낸사람:Kim T H
받는사람 : vapi21@hanmail.net
날짜: 2013년 9월 25일 수요일, 22시 01분 26초 +0900
제목: 안녕하세요. 어제 블로그에 글 올린 토목공학과 김**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말씀 드린대로 저는 토목공학과 4학년, 06학번 김**이라고합니다.

토목의 미래(사실 저의 미래라고 하는게 맞겠지요..)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먼저 모자란 후배의 질문 받아주신다고 해서 감사합니다..ㅠㅠ

블로그에 올리신 '건설환경변화에 따른 기술인의 생존전략'이란 글을 읽고 질문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도움받고 싶습니다.ㅠㅠ 

아직 배울 것이 너무 많아서요..ㅎㅎ

 

우선 4학년이면 이제 취업을 했거나 준비에 바쁜 시간인데

아직도 미래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니

토목의 선배로써 안타깝기가 그지 없습니다.

내가 졸업할 때만해도 중동건설시장이 활황이어서

진로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고 어디로 취업을 하느냐가

최대의 관심사항이었는데 요즘의 후배들은

토목과 건설산업에 대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니

업계의 선배로써 미안함을 금할 수 없네요.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이렇게 질문을 하니

토목에서 30년을 보낸 선배로서 답변을 합니다.

 

 제 질문은 크게 세가지 입니다.

 

첫째, 플랜트에 관한 질문입니다.

제가 학교에 입학했을 06년도 당시, 02, 03학번 선배들에게 '국내에 토목공사를 할 곳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많이 들은 것이 플랜트 였던 것 같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며 '플랜트 인재 양성 교육'을 받고, 여러모로 정리해봐도 역시 회사들어가기 전엔 손에 확 안 잡히네요.

그런데 최근 듣는 얘기는 플랜트사업도 막바지라는 이야기를 작년에 들은 것입니다.

국내 기업 중에도 플랜트 사업 인원을 감축하는 회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플랜트 붐'도 끝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친구가 한 적이 있습니다.

해외 플랜트 현장이 무수히 많을 텐데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니, 우리나라의 위치가 애매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술력도, 인건비도 애매한 우리나라에서,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플랜트 수주를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으니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책도 읽어봤는데, 2,3년 전 이야기네요.

그래서 여쭙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플랜트 사업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까요?

아직도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벌 돈이 많을까요?ㅎ

 

토목인으로 해외플랜트에만 집착을 하는 것이 조금 의아한데

플랜트에 물론 토목이 들어 가지만 토목이 주가 아니고 보조 역할을 해야 하기에

너무 플랜트에만 집착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본인도 1985년에 방글라데시의 발전소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지만

아무래도 순수토목에서 일할 때 토목인으로 더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경기와 유가에 따라 플랜트 경기가 좌우되기에

이 사업이 막바지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형건설업체의 기술력이 적어도 해외 플랜트에서는 나름대로

강점이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수주가 될 것이고 전문업체들을 동반 진출하고

사업수행을 위한 토목 건축 전기 기계 등의 기술인력은 계속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국내 업체끼리 과당 경쟁을 피하고 가능하다면 적정 이윤이 담보되는

해외공사를 수주하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해외 건설시장 규모의 경우 현재 플랜트 사업의 비중은 줄고 토목과 건축사업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면 초고층빌딩, 플랜트 이외에 철도공사, 도로공사, 택지조성공사 정도의 사업을 해외에서 수주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론 

동남아와 중국 같은 developing 국가 들에서 SOC사업을 수주하고, 도시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 해외 토목의 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도 수처리와 같은 환경사업과, 도시 인프라 구축, 플랜트 사업.

이 세가지를 중점으로 해외 토목 사업이 지속되게 될까요?

국내에는 건설시장이 힘들다고 해서 다들 죽는 소리를 내는데

'전세계 건설시장은 2020년에는 12조달러 규모가 된다.'라는 기사를 최근에 읽어서 의아하네요..

 

국내건설시장은 후배가 지적한대로 어느 정도 포화상태가 되었고

복지를 중시하는 사회의 추세 속에 건설업의 비중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외는 아직도 미개발된 나라가 많고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공사 재원의 문제로 인하여 이의 개발에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철도 지하철 수자원 그리고 환경산업 부분에서 나름대로

강점이 있기에 이를 통한 지속적인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예전처럼 호황이 아니기에 어렵다고 하지만

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본인도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금년부터 일하게 되었는데

이곳에만 해도 향후에 많은 건설시장이 있을 것이며

우리 기술인들이 더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셋째, VE manager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플랜트 교육을 들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VE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기술력으로 엄청난 비용 절감을 한다는 것에 놀랐는데요.

블로그에서 pdf파일로도 VE에 관한 글을 읽었구요.

제 마지막 질문은 이것입니다.

'VE manager가 되려면 향후 취업 후 20년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입니다.

이건 회사에 들어가서 지속적으로 알아봐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 토목인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미래를 그려보고 싶어서 질문드립니다.

 

VE Management......

설계검토를 통하여 원가절감요인을 찾아서

이를 변경시킨다는 VE의 취지는 물론 좋은 이야기인데

본인의 경우를 보니 많은 현장에서 실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취업을 하자 마자 바로 VE를 하는 것은 곤란하고

사업기획, 설계, 시공 어느 분야가 되었거나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실력과 경험과 통찰력을 지녀야 하기에

지금 학생이 이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이곳 인도네시아 도로현장의 설계를 보니

여러 부분에서 부당한 것이 있어서 이를 지적하여 개선시켜서

많은 공사비를 절감을 시켜 주어서

이곳의 발주처에서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간단히 적으려 했는데 길게 썼네요...ㅠ

다시한번 부족한 후배의 질문을 허락해주신것 감사드립니다.

힘드실텐데 천천히 답변해 주셨으면 합니다.ㅎㅎ

해외에서 열심히 땀 흘리셨고, 땀 흘리시는 선배님들 생각하며 꿈 꾸고 있는 아주 어린 동생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ㅎㅎ;;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기다리겠습니다!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본인도 정년을 넘겨서 다시 해외 현장에서 기회를 찾았지만

주위에 다른 전공을 한 친구들은 대부분이 쉬고 있는데....

사실 토목을 전공으로 했기에,그리고 해외건설을 준비했기에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여 후배에게 꼭 바라고 싶은 것은

미래에 대하여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준비하고 기도하는  토목인이 되어서

후배의 후배를 키워주는 유능한 기술자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추신

본인의 블로그에 와서 우리 현장의 진행 모습을 보고

토목 전공에 관한 자료에서 궁금하거나

직장이나 현장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길 바라네........

 

인도네시아 찌깜펙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엄재석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선배님..ㅠㅠ

처음부터 질문을 너무 많이 드려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취업준비를 하면서 우리나라를 일궈오신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느끼고 있는 토목후배로서, 최근 불황이 선배님들 때문이라는 생각는 하지 않습니다.

얼마전, 20세기 이후에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저는 현재 아저씨들, 선배님들 만큼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오히려 걱정입니다.

제 걱정은 모두 이 불안함게 기인하고 있고요.

제 아버지도 전기분야에서 LH공사에 다니시다가, 기술사 취득 후에 환갑이 넘으신 나이에도 근무하고 계십니다.

저도 아버지 같이, 선배님 같이 사는 것이 현재 목표입니다.

일 하면서 회사에도, 개인적으로도, 가족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보람찬 인생일 것 같네요.

선배님 블로그 보면서 많이 부러워하면서, 걱정하면서 보낸 메일이었는데, 보여주신 친절함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ㅠㅠ

토목인으로서, 크리스쳔으로서, 남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배님 블로그 보면서요ㅎㅎ

취업을 하고, 여유가 있을 때. 선배님이 한국에 계실 때 꼭 찾아뵙겠습니다.

아, 앞으로도 질문이 있으면 메일 드리겠습니다.

괜찮을까요?ㅎㅎ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인도네시아에서 하고 계신 일, 한국에서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몸 건강하세요!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