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자작 수필

적도문학상은 나의 송곳.---한인 뉴스 19년 2월호

인해촌장 엄재석 2019. 2. 4. 17:21

적도문학상은 나의 송곳.

                                                 엄재석/ 문협인니지부 부회장

 

“태자의 몸으로 마의를 걸치고 스스로 험산(險山)에 들어온 것은 천년 사직(社稷)을 망쳐 버린 비통을 한 몸에 짊어지려는 고행(苦行)이었으리라.  울며 소맷귀 부여잡는 낙랑 공주의 섬섬옥수(纖纖玉手)를 뿌리치고 돌아서 입산(入山)할 때에 대장부의 흉리(胸裡)가 어떠했을까?  흥망(興亡)이 재천(在天)이라 천운(天運)을 슬퍼한들 무엇하랴만 사람에게는 스스로 신의가 있으니, 태자가 고행으로 창맹(蒼氓)에게 베푸신 도타운 자혜(慈惠)가 천년 후에 따습다. (후략)

 

 이 글은 고교 국어책에 나오는 수필작가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마지막 부분이다. 작가는 천하 절경 금강산을 여행하고 느낀 소회를 유려한 필력으로 기행문을 남겼다. 그 중에서 유독 통일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의 묘소에서 느낀 애절한 감정을 묘사한 구절을 나는 지금도 암송하고 있다. 언제 어디에 있던 간에 산정무한과 같은 글을 쓰고 싶었기에 이를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나 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란 고사성어가 있다. 주머니 속에 감추었던 송곳의 날카로운 끝은 언제인가는 들어 난다는 뜻이다. 내 속에 잠들었던 문학적 DNA였던 송곳을 드러나게 된 계기가 바로 제 1회 적도문학상이다. 2017년 초에 중국집 가야성에 갔다가 우연히 문학상 공모 포스트를 보았고 무엇에 홀리듯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인도네시아에서 삶을 주제로 정했다. 내 인생 2막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 버린 인도네시아라는 나라, 이곳에서의 삶을 수필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과거에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느낌이 어떻다고 일기체로만 쓰기에는 무미하였다. 하여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꿈을 가미하여 건축 설계자가 도면 그리듯이 쓴 작품이 “율도국(인해촌)을 꿈꾸며이다. 역사소설 홍길동 속의 주인공이 마지막에 남해 고도에 세운 적자 서자 차별이 없는 평등의 나라가 율도국이다. 이처럼 나도 이 자바 섬에 만들고 싶은 은퇴자 촌락의 별칭이 인해촌이다. 인해촌은 인도네시아 해외 은퇴자 촌의 약칭으로 풍광 수려한 곳에 모여 공동체 생활하자는 비전이다 그 비전을 수필로 만들어 한국문학협회 인도네시아 지부에서 주관하는 적도문학상에 기고하였다.

 

평소에 회사의 사보나 건설관련 월간지에 기고할 정도의 필력은 된다고 자부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아쉬움을 남겼다. 장려상으로 상 중에서도 말석이지만 문학의 길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바로 적도문학상을 통한 문협과의 만남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문학의 고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시와 수필 등의 작품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문인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나의 문학적 능력이 성장시킬 수 있었다. 회원들의 성별과 연륜도 다양하고 글쓰기 내공도 풍부한 회원들과의 주기적인 인문학 특강이 내 자신을 성찰케 한다. 거기에다 매달 정기적으로 숙제 하듯이 글을 쓰다 보니 자연히 필력도 키우게 되었다. 등단 작가인 회장님이 직접 감수하고 가다듬어 교민 웹 사이트와 주간지에 기고하여 주신다. 덕분에 인도네시아 교민 잡지인 한인뉴스에 나의 창작물이 주기적으로 실릴 기회도 있었다.

 

 문학적 감성이 남다른 교민들로 구성된 지부는 한국문인협회에서 공인하는 해외지부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년 적도문학상을 공모하여 신인 작가를 육성하는데 금년에는 더 많은 차세대 꿈나무들의 도전을 기대하고 있다. 문학행사의 일환으로 명사 초청 문학강연이 있는데 저명한 시인과 작가들이 자카르타를 찾기도 하였다. 회원들이 단체로 명승지를 탐방하여 글쓰기 소재를 찾기도 한다. 언젠가는 살라띠가의 사산 자와문화원과 암바라와 일본군 병영을 다녀 와서 소재의 지평을 넓히기도 하였다. 연말에는 한 해의 문학활동을 결산하고자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서 동인지 <인도네시아 문학>을 발간한다. 문인들의 글이 실린 동인지 발간 기념식에서 창작의 소감을 발표하는 영광의 기회도 부여한다.

 

나만의 색깔을 지닌 문학 창작의 길을 가리라. 건설 기술자로서 산업 현장에서 일어 나는 일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노가다”라는 직업 세계의 애환을 글로 쓰고 싶다. 대부분의 건설인들에게 수필이나 시 같은 문학은 강 건너 불이다. 하지만 나는 글 쓰는 엔지니어로서, 현장의 문학으로 공학과 문학을 아우르는 통섭의 작가를 꿈꾼다. 나의 글을 통해 더 많은 청년 공학도들이 해외 건설현장에 도전하게 만들고 인해촌을 통해 지인들이 이국 땅에서 은퇴생활을 하기 바란다. 그 여정에서 아름다운 인도네시아의 자연과 문화와 풍경들을 부족한 필체로 그려 보리라.  순박한 이 나라 사람들과의 이색적인 사연들도 진솔하게 쓰고 싶다. 가슴 속에만 간직하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연들이다.

 

이제 또 다른 꿈을 꿈꾼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내 삶의 다양한 경험을 글로 남기며 더 성장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 날 창작 수필집이란 옥동자도 이 세상에 태어나리라. 적도문학상을 통하여 튀어 나온 송곳을 더 갈고 닦고 싶다. 꾸준한 습작을 통해 단련된 수필작가로서 마의태자가 “창맹에 베푸신 도타운 자혜”와 같이 따스한 봄날의 햇빛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이에 공감하는 지망생들이 더 많이 금년도 제 3회 적도문학상에 도전하여 그들만의 낭중지추를 드러내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