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과 소위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은 지난 우면산 산사태 원인이 자연재해라고 발표했다.(16일자 A12면) 무슨 이유인지 발표를 4~5차례나 연기하더니 내린 결론이다. 정말 관계 당국엔 책임이 없는지 살펴보자.
집중호우가 원인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서울의 모든 산에 산사태가 났는가? 산책로, 운동시설을 만들고 뒤처리를 확실히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사고 초기 서울시는 산 정상의 군부대가 원인 제공을 했다며 국방부와 티격태격했었다. 그러나 조사단은 군부대 경계부에 소규모 붕괴가 발생해 축대와 철책이 유실됐지만, 부대 배수시설이 양호해 산사태의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 석축과 철책이 유실됐는데 소규모 붕괴인가? 당시 현장 동영상도 보지 못했는가? 산사태 초기 산 정상에 거센 물보라가 보인다. 급경사의 산비탈에 많은 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증거다. 조사단은 집중호우와 더불어 산비탈의 나무가 쓰러져 소규모 댐 역할을 하다가 갑자기 붕괴되어 피해가 컸다고 했다. 당국 관리소홀의 명백한 증거다. 서 있던 나무가 쓰러진 것보다 지난해 산사태 때 쓰러진 것, 벌목 후 치우지 않고 쌓아 뒀던 나무가 더 많았다. 사고 당시 아파트 실내와 마당까지 그런 통나무가 쓸려와 수두룩했다. 또 우면산 전체를 담당하는 직원이 한 사람뿐인 서울시는 산사태 예방 활동을 할 수도 없었다는 고마운 변명도 곁들였다. 정말 우면산의 잠자던 소가 웃을 일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는 당국이 바로 지난해에 산사태가 났던 위험지역 관리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분명한 직무유기다.
우면산은 오랜 세월 주민들이 사랑해온 휴식 공간이었다. 서초구청은 장애우들이 휠체어 산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 놓았다고 자랑했었다. 이런 산이 흉측하게 찢어지고 폐허가 됐는데, 서울시는 참 원인을 찾으려 노력하기보다 '우린 책임없다'는 결론의 보고서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재난사고 원인을 조사하는데 이해 당사자인 주민대표는 물론 오래전부터 산사태를 염려하여 대책강구를 주장했던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 책임을 떠안아야 할 당사자와 그들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에게 맡겨서 무슨 건설적인 결론이 나겠는가? 변화하는 기후 환경으로 인한 향후의 유사 재난에 대비해서라도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국제기관에 조사를 맡겨야 할 것이다.
[사설] 우면산 희생자 16명이 뭐라 하겠는가
입력 : 2011.09.16 23:00 / 수정 : 2011.09.16 23:11
우면산 산사태 원인 조사단은 지난 7월 27일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 집중호우와 높은 지하수위, 토석(土石)과 쓰러져 흘러내린 나무들에 의해 배수로가 막힌 탓이라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서울시가 선발한 지반공학·수문학·사방(砂防)공학 등의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돼 44일간 조사를 해왔다.
집중호우가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조사단이 아까운 세금을 써가며 일부러 조사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다른 곳은 괜찮았는데 왜 우면산에선 산사태가 났고, 서울시와 서초구는 왜 미리 대비책을 세워놓지 않았는지 하는 것이다. 조사단은 이 가장 궁금한 부분에 대해선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산책로와 약수터 조성공사 등 우면산 난개발이 산사태의 한 원인이라는 그간의 지적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산사태가 있었으나 서울시와 서초구가 산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우면산 주변엔 주택가가 밀집해 있다. 서울시와 서초구가 시민의 생명을 중시했더라면 우면산에 산사태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산사태 방지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우면산이 습기가 많고 무른 토사층(土砂層)으로 덮여 있어 산사태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이제 와서 안 것이라면 지금까지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홍콩에서도 1972년 산사태가 아파트를 덮쳐 166명이 사망한 데 이어 1976년에도 또 산사태가 발생했다. 그러자 홍콩은 세계적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1977년에는 산사태만을 관리하는 독립행정기구까지 발족시켰다. 이후 산 전체에 실핏줄 같은 인공 배수로 수백개를 만들고 급경사면은 콘크리트로 옹벽 처리해 산사태를 예방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우기(雨期)가 시작되기 전인 5월까지 우면산 산사태지역에 대한 항구적인 복구공사를 마치겠다고 한다. 무턱대고 무너진 곳을 복구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산사태 위험요인이 남아 있는 한 다른 곳이 다시 무너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외국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해서라도 피해가 커진 원인을 찾아내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
조사단 "우면산 산사태는
천재(天災)"…논란일 듯
- 입력 : 2011.09.15 11:16
- ▲ 출처=조선일보DB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단(단장 정형식 전 한양대 교수)은 강한 폭우와 계속된 호우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데다 흘러내린 돌과 흙더미, 나무 등이 배수로를 막은 것이 이번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고 15일 밝혔다.
기본적으로는 지난 7월26일 오후 4시20분부터 다음날인 27일 오전 7시40분까지 서초 230㎜, 남현 266.5㎜의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1시간 동안 서초 85.5㎜, 남현 112.5㎜의 비가 내림에 따라 지반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방재, 지질 등 관련 분야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산사태 직후부터 40여일 간 산사태 피해가 컸던 방배동 래미안아파트, 신동아아파트, 형촌마을, 전원마을 등 피해 조사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이 같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
조사단은 우면산 정상부 군부대 현장 조사에서도 경계부분의 석축과 철책이 다소 유실됐지만 군부대 도로, 헬기장, 배수시설 등 안팎의 시설이 양호해 전체 산사태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우면산 산사태가 관련 기관의 예방책 미비나 대응 소홀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라기보다 기록적인 폭우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천재(天災)’라는데 조사단이 무게를 둔 셈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산사태 직후 인재라는 주장이 잇따른데다 서초구 피해주민 일부가 서초구와 서울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제기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조사단은 이와 함께 우면산 전체 복구대책으로 ▲군부대 방류구와 서울시에서 설치하는 사방시설과의 연결 ▲계곡부에 인접한 수목류는 가급적 벌채 ▲우면산 전체 산림 건전성 증진을 위한 수목 솎아베기 등을 복구대책으로 제시했다.
또 서울시내 산 전체에 대한 기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와 주택지 인근 절개면, 옹벽 등에 대한 위험등급별 관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사단은 산림 밑부분과 연결된 배수체계도 정밀 조사해 용량을 확대할 것도 제안했다.
서울시는 조사단이 제시한 복구대책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산사태 피해복구에 반영해 내년 우기가 시작되기 이전인 5월까지 항구적인 복구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말까지 시 전체 산에 대해 지반, 지질, 사방 등 관련 전문가 그룹을 투입해 산사태 위험요인에 대한 일제조사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면산 산사태 위험 알고도 묵살
한국일보 | 입력 2011.09.26 02:37
서울시, 작년 11월 산사태전문가 경고 무시… 올 여름 피해 더 키워
서울시가 우면산 등 산사태 위험성과 현실을 외면한 대응체계를 경고하는 보고서를 건네 받고도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서울시가 올해 우면산 산사태 발생 전인 지난해에 받은 2010년 산사태 발생 경로 보고서. 덕우암 약수터와 방배래미안은 올해에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이석현 의원실 제공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석현 의원에 따르면 이수곤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기술위원회 한국대표는 올해 우면산 산사태(7월 27일) 전인 지난해 11월 26일 서울시장 비서실에 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300여 개 사면위험 지역과 지난해 9월 21일 실제로 발생한 80여 개 산사태 지역이 서로 일치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건넸지만 별 응답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의 산사태 위험관리 지역과 실제의 차이를 보여주는 산사태 지도가 포함된 지난해 '서울 일원의 산사태 현장답사 결과 및 정책제안'은 총 60쪽 분량으로 '서초구 우면산 일대에서 5군데 산사태는 산 정상의 공군부대 옆에서 발생했다'며 '토석류와 나무 3,000그루가 뽑힌 것들이 하부 계곡을 따라 800m를 흘러가 하부 배수구를 막고 범람해 하부 남부순환로와 방배동 주택가 쪽으로 200m까지 더 흘러가서 아파트 차량들과 주택에 침수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지난해 산사태는) 상부에서 산사태로 인한 토석류 및 나무들이 하부로 흘러가서 배수로를 막아 물이 역류해 하부지역을 침수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계곡 중간중간에 토석류와 뽑혀진 나무를 걸러주는 사방댐 및 토석류 유입까지 충분히 감안한 배수로 설치가 필요하다'고 올해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단과 비슷한 지적을 했다.
보고서는 또 '매년 붕괴가 반복되고 있는데 공원녹지과 주택과 토목과 등 관할 부처간에 눈치를 보며 예방 시스템이나 조직을 갖추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9월 21일 폭우로 서울 일원에서 80여 군데 사면붕괴가 발생해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사망사고가 없다고 덮혀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시 물관리국 등이 이 보고서를 검토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고, 오세훈 전 시장 면담도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우면산 산사태가 당국이 사전에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묵살한 데 따른 인재란 점이 드러났다"며 "시 관계자뿐 아니라 진익철 서초구청장 등을 출석시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 (이 대표로부터) 보고서를 건네 받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제안이 거칠어 바로 구체화되지 못했다"며 "이번에 시가 첨단 수방대책을 세우는 데 용역을 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력 : 2011.09.19 23:32
산사태의 재발방지와 피해복구를 위하여
더 많은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사면연구소
소장 엄재석
010-5647-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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