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건설인의 길에

누구를 위한 점자블록인가 ?

인해촌장 엄재석 2011. 10. 14. 00:00

도로의 보도나  지하철의 플랫폼에

맹인용 블록이 있다.

 맹인을 위한 블록이라는데 맹인이 사용하는 것을

보기가  쉽지가 않다.

맹인을 위한 점자블록인가?
아니면 시설업자를 위한 블록인가?

 서울시내 어디에서나 쉽게 보는 도로에 있는 점자 블록

 지하철 내에 있는 점자블록

 플랫폼에 있는 점자블록----너무 벽에 근접하여 있다.

 앞에 가시는 맹인이 있어서.....

앞에 가서 보면 점자블록이 왜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데스크칼럼]누구를 위한 점자블록인가
 
기사입력 2011-09-19 21:10:02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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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수 大記者

   
 심청이가 살았던 조선시대의 길에 점자블록이 깔려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해본다. 청이를 찾으러 가던 심봉사가 점자블록을 따라 걷기만 했다면 개울에 빠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심봉사가 스님을 만나 공양미 삼백석을 시주하는 객기를 부리는 일도 없었을 테고,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연꽃을 타고 나와 왕비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소설 자체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생각과는 달리 점자블록에 문제가 생겼다.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지켜주기는 커녕 낙상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점자블록이 너무 미끄러워 장애인은 물론 노약자와 비장애자들까지 넘어지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 안전을 지켜줘야 할 점자블록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흉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보행동선의 분기점, 대기점, 목적점 등의 위치를 표시해 주위를 환기시켜주는 건설자재다. 장애물이나 위험지역으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해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 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점자블록은 단순한 건설자재가 아니라 일종의 편의시설로 보는 것이 옳다.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이들이 사회공동체와 단절되거나 격리되는 것을 방지하고, 비장애인들과 차별없는 삶을 살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를 ‘무장애 공간’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게 한다.

 이런 점자블록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재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재질이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탄성고무, 스테인리스 등으로 돼있다. 이들 소재의 최대 약점은 미끄럽다는 점이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보행자가 쉽게 미끄러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노란색의 점자블록이 설치된 보도나 버스정류장, 지하철 승강장, 건물입구 등을 가보면 이런 위험성이 느껴진다. 신발에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점자블록 위를 걸어보면 콘크리트로 된 바닥과는 달리 표면이 무척 미끄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을 개정, 미끄러지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도록 점자블록의 재질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점자블록의 색상과 돌출부분 높이, 크기 등을 상세하게 규정해 놓았듯이 재질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 KS 안전규격을 강화해 점자블록의 미끄럼 저항수치를 일반보도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미끄럼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면 점자블록에 미끄럼방지용 페인트를 칠하는 등의 임시처방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점자블록 같은 안전시설용 자재를 구매할 때는 철저하게 수요자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예산부족, 예산절감 등의 이유를 들어 기능이 떨어지는 싸구려 제품을 구입해서는 곤란하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자재일수록 가격보다는 성능과 품질을 우선시해 잠재적인 사회비용부담을 줄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은 수는 약 22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위한 시설은 더욱 개선되고 확산돼야 한다. 점자블록은 이들이 이용하는 수많은 편의시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점자 표지판, 점자안내촉지도, 음성 안내장치, 음향신호기 등의 시설을 요소요소에 지속적으로 설치해 이들이 겪는 장애를 최소화해야 한다.

 마침 서울시가 점자블록 미끄럼방지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을 위한 큰 걸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