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우 박사 “한 달 남은 삶 … 여러분 은혜에 감사”
이달 초 췌장암 진단
지인들에 작별 편지
[중앙일보]2011.12.27 00:10 입력 / 2011.12.27 16:15
“앞으로 저에게 허락된 시간이 길지않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의견입니다. 여러분들이 저로 인해 슬퍼하시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시각장애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67·사진) 박사가 최근 지인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미국 워싱턴 근교의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는 그는 이달 초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지난 10월 담석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만 해도 몰랐으나 추가 검진에서 췌장암이 발견됐고, 의사로부터 한달여 밖에 더 살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잠시 충격을 받았으나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강 박사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세상과의 이별’을 고하는 e-메일을 보냈다.
‘12월 16일 강영우 드림’이라고 돼 있는 e-메일 속에는 특히 50년 전 부인과 첫 만남의 순간도 적었다.
“50년 전 서울 맹학교 학생이었던 저는 자원봉사자 여대생인 아내를 처음 만났다. 40년 전 저는 그 예쁜 여대생 누나에게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며 비전이 담긴 석 자, 석·은·옥(부인 이름)을 선물하며 프로포즈를 했다…”
뒤이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속에서 우리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두 아들이 미국 주류사회의 리더로서 아버지보다 훨씬 훌륭한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며 두 아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
강 박사의 첫 아들 진석(영어 이름 폴)씨는 백내장 굴절 수술을 30만 번 이상 집도해 워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2011년 최고의 의사 ‘수퍼 닥터’에 선정됐다. 또 미 법률 전문지 내셔널 로저널이 40세 미만의 최고 법조인 40명에 선정한 둘째 아들 진영(크리스토퍼)씨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임법률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강 박사는 중학교 시절 축구를 하다가 눈을 다쳐 실명을 했다. 하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연세대 문과대를 졸업한 뒤 1972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땄다.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였다.
그는 e-메일에서 “저의 실명을 통해 하나님은 상상할 수도 없는 역사들을 이뤄내셨다”며 “실명으로 인해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 방방곡곡을 다니며 수많은 아름다운 인연도 만들었다”고 오히려 장애를 감사해 했다.
이어 “늘 여러분 곁에서 함께 하며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썼다.
“여러분으로 인해 제 삶이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왔습니다.”
그는 “감사합니다”로 끝을 맺었다.
생애 마지막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내겠다며 지난 주 병원에서 퇴원한 강 박사는 버지니아주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다.
아래는 지난 10월에 있었던 강영우 박사님의
여호수아회에서 특별초청 강연회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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