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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참사’ 우면산을 가다

인해촌장 엄재석 2012. 7. 3. 00:00

 

[현장르포] ‘산사태 참사’ 우면산을 가다
"이대로라면 ‘또’ 무너진다"
2012년 06월 08일 (금) 19:53:08 노재웅 기자 ripbird@nate.com

   
우면산 공사 현장 입구. 여전히 기초공사가 진행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는 돌무더기가 위험하게 쌓여진 모습이다.
[뉴스포스트= 노재웅 기자] 사상 최악의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해 여름,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다치게 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나 또 다시 폭우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부자동네로 유명한 우면산 아랫마을 주민들은 남의 일로만 치부했던 호우 피해에 본인들이 노출된 사실을 직면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당초 서울시는 5월 말까지 우면산 복구 작업 및 예방 공사를 마치겠다고 약속했었으나, 장마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 그 날짜는 이달 말로 미뤄진 상태다. 각종 언론과 시민들의 복구 지연 및 부실 공사에 따른 지적이 잇따르자 이윽고 지난 1일에는 박원순 시장이 직접 나서 사태를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우면산의 현재 실태와 공사 현장의 문제점 등을 알아보기 위해 <뉴스포스트>에서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5월 말까지 복구 완료” 공언하더니 1년 지나도록 여전히 공사중 
전문가·주민들 “돌수로는 과잉설계” 불신과 의혹, 시 “문제없다”

사상 최악의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해 여름,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우면산 자락이 산사태로 무너지면서 18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불행한 사건의 기억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다. 부자동네로 유명한 이곳은 대부분 고지대인데다 배수시설 등 기반시설이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그간의 인식이었지만 이날의 폭우는 모두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높이 293미터의 야트막한 산 하나가 강남의 자존심에 깊은 생채기를 낸 셈이었다.


하류 지역의 수로 쪽
‘기초공사’ 수준

그로부터 약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서울시가 산사태 보수·대비 공사를 마치겠다고 약속했던 시점이다. 그러나 공사 마감 예정일이던 지난달 31일은 지켜지지 못했다.

김병하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복구 지연 및 부실 복구 지적이 잇따르자 언론 브리핑을 통해 “우면산 전체 복구공사는 96% 진행됐다”며 “다만 복구지역이 광범위해 일부가 지연돼 추가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6월 10일경 완료할 예정”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공사 완료 시기를 10일로 연장한다고 밝힌 시는 며칠 뒤 또 다시 오는 25일로 늦췄다.

   
수로 상류 사방댐과 집수장으로 이어지는 하류 수로의 모습. 많은 전문가들과 마을 주민들은 이 설계 방식을 두고 위험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각종 언론과 시민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이윽고 지난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공사 현장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박 시장은 이날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공사 복구 인력들을 격려했다.

박 시장은 현장 보고를 받고서 “우기가 곧 시작인데, 25일은 너무 늦다. 6월 중순 이전에 끝낼 수 없느냐”며 인력·장비 추가 투입을 지시했다. 이에 실무진들은 오후 대책회의를 하고, 4공구의 복구 공기를 되도록 단축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일말의 안도감을, 공사 현장의 인부들은 무언의 압박감을 느꼈으리라.

박 시장이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며칠이 지난 5일, 본지 기자가 찾아간 우면산 보수공사 현장은 여전히 각종 공사차량과 인부로 붐볐다. 이날의 일기예보에서는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록적인 폭우가 예상되는 데다 그 시기가 더 빨라 이르면 6월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직도 흙먼지가 휘날리는 공사현장을 보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공사 현장은 마무리 작업을 앞두고 있다기 보단 오히려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마을과 가장 근접한 하류 지역의 수로 쪽은 기초공사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며, 위험해 보이는 돌무더기가 한쪽에 쌓여있었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이른 비가 내리면 바로 앞에 위치한 집이 위험할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길은 온통 포장이 되지 않아 걸음을 옮기는데도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다. 인근에 위치한 집 담벼락에는 공사 현장에서 나온 흙무더기와 자재들이 쌓여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면산 보수 공사 제 3공구 지역의 입구에 위치한 집과 땅의 관리인 한모(69·여) 씨는 “진즉부터 구청에 저 돌들을 치워달라고 말을 했는데도 이 모양이다”라며 하소연 했다. 한씨는 이어 “우리의 안전을 위해 하는 공사니 참아야겠지만, 밤낮 없이 지속되는 공사에 소음이 너무 심해 현장에서 가까운 집들은 다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불평했다. 말을 마친 아주머니는 결국 불편한 몸으로 직접 돌을 옮기기 시작했고, 옆에 서있던 인부들은 그저 그 모습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공사 입구와 인근한 집을 관리 중이라는 한 아주머니가 공사 현장에 나와 직접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전문가 “돌수로 때문에 더 위험”

물론 돌수로와 사방댐 등 굵직한 주요 시설 공사는 거의 마무리 된 모습이었다. 입구에서 산 정상 쪽을 향해 걸어가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대형 돌수로였다. 가운데 줄기가 되는 가장 큰 수로가 자리하고 좌우에서 작은 수로가 이어져 산 가장 아래에 위치한 집수장으로 모이게 되는 형태였다. 비가 많이 내려도 수로를 통해 흘러내려가게 만들면 된다는 발상에서 지어진 것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는 자리에서 배수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고, 현재 우면산 전체에는 50여개의 수로와 토사를 채워두기 위한 사방댐 20여개가 지어져있다.

전문가들이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한 돌수로의 형태는 한가지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가장 상류 쪽의 수로는 직경 폭이 10m 정도로 충분히 넓지만, 마을 입구 쪽에 위치한 최종 수로는 두발로 살짝 점프를 하면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매우 좁았다. 빗물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수압이 더 강해질 텐데 이러한 구조라면 물이 쉽게 범람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마을 주민들 역시 입장은 비슷했다. 하루에 한 번 씩은 꼭 현장에 방문한다고 밝힌 한 아주머니는 “공사하는 사람들이 저리 만드는 게 옳다고 하니까 맞겠지 싶지만,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물을 끌고 와서 넘치게 될까 두렵다”고 불안해했다. 실제 전원마을 주민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구청에 재공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민관합동 자문위원회(TF)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역시 “대규모 수로를 만들어 봤자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는 1m 남짓밖에 되지 않아 저곳에 토사와 나무 등이 쌓이면 결국 다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민관합동 TF 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등 이 분야 전문가들도 돌수로는 과잉설계며,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배제된 공사라는 의견을 더했다.

이에 대해 시는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반영해 돌수로와 사방댐의 규모를 결정했다”며 “100년 빈도 강우에 대비해 유출량 분석 및 수리계산 등을 통해 설계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장마가 코앞인데…”
여전히 불안한 주민들

돌수로를 따라 올라가자 옆면으로 지난해 산사태로 쓸려 내려와 벗겨진 산 비탈면을 따라 잔디와 나무 등이 심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녹색이 우거져야 할 자리는 여전히 휑한 모습이었고,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식물들은 손 한 뼘 길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는 장마철이 되기 전까지는 다 자라 구색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지만, 식물이 뿌리를 내린 뒤 지반이 안정화될 최소한의 시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을 남겼다.

   
비탈면에 심어진 식물들은 장마철이 다가오기 전 제 모습을 갖추기 힘들어 보인다.

거대한 사방댐이 위치한 정상에서 바라본 마을은 겉으로는 지난해 입었던 상처를 다 치유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을 그렇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장마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작년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노심초사할 것이다. 시는 하루 빨리 복구 시점을 앞당기되 부실공사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우면산 복구공사에 투입된 비용은 알려진 것만 총 429억원. 1년의 시간과 큰돈을 들여 준비한 예방 작업이 올 여름 아무 소용없이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부디 지금의 예방 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올 장마철을 무사히 지나길 바라며,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원인 규명을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철저히 진행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추가 피해에 대한 정확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현장M출동] 우면산산사태, 복구 한창‥불안은 여전

MBC | 김성민 기자 | 입력 2012.05.28 08:24 | 수정 2012.05.28 09:00

 

[뉴스투데이]

◀ANC▶

올여름에도 평년보다 많은 비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난해 산사태로 16명이나 목숨을 잃었던 서울 우면산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출동M 현장>에서 취재했습니다.

◀VCR▶

상상도 못했던
우면산 산사태.

검은 물줄기와 토사가 삽시간에 아파트 4층까지 덮치며 16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산사태가 난 지 10달이 지난 지금, 복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하늘에서 바라본 우면산 산사태 복구현장입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4개 구간에 걸쳐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토사가 쓸어내려 왔던 산기슭을 따라 길게 돌수로를 만들어 거대한 스키장 슬로프럼 보입니다.

여기에다 토사가 넘치는 걸 막기 위해 산중턱 곳곳에 사방댐을 만들어놨습니다.

현재 공정률은 90% 이상으로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INT▶ 민도홍/복구공사 상황실장

"저희가 지금 설계된 거는 100년 빈도의
강우강도로 설계를 했고요. 그래서 그 계획에 따라서

수도 단면이라든지 계획을 세워서 현재 복구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산사태 원인이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복구여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INT▶ 안형준 교수/건국대학교 건축대학

"우면산 같은 경우에는 돌로 된 배수로와 사방댐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어떤 산사태가 일어나고 나서 충분한 조사와 적절한 시공방법을 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여름이 오기 전에 일단 공사를 완공한 뒤 추가조사를 6개월간 실시해 결과에 따라 보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INT▶ 고인석/서울시 시설안전정책과

"서울시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다음에 산사태가 재발이 안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산사태가 나고 나서 우기 전까지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바로 복구공사가 계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비가 특히 많을 거라는 예보에 우면산 일대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가장 피해가 컸던 방배동
래미안아파트 103동, 내부수리를 모두 마친상태지만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입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INT▶ 김홍영/래미안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

"3명이나 여기서 생명을 잃었는데 여기서 살지 못하고 아주 패닉상태가 돼서 아주 어려운 상태를 당해서 아직까지 여기 입주를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INT▶ 조영학/형촌마을 피해주민

"우리 집사람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심하죠. 내가 봐도 빗소리만 들리면 잠을 못 잘 정도로 진통제 없이는 다리가 아파서 잠을 못 잘 정도니까."

난개발로 인한 인재인지 불가항력을 자연재해였는지 논란을 그대로 둔 채 우면산은 우기를 다시 맞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성민입니다.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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