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인도네시아/건설현장에서

인도네시아 현장소장으로 부임하며.....

인해촌장 엄재석 2013. 4. 9. 00:00

 

 

해외건설은 이제 건설업의 화두가 되었으니 국내 건설업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하여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린 해외건설이다. 건설업 불황의 원인이 정부 탓이라고 정부에게 공공공사 발주물량을 확대하라고 주장하기에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이에 대안으로 해외로 가야 한다. 7,80년대에는 당연히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고 많은 건설인들이 사우디 등 중동의 열사의 현장에서 일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플랜트 공사를 제외하고 순수 토목이나 건축분야에서 해외진출의 맥이 끊어지고 말았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고 정년퇴직 연령을 넘기고 해외 토목현장에 소장으로 부임하여 제2의 건설인의 삶을 개척하는 토목인이 있다. 마침 귀국하여 해외건설근로자의 자격으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한 인도네시아 찌깜펙 고속도로 2공구 현장의 엄재석 소장을 만났다.

 

인도네시아에 가시게 된 계기는?

인도네시아에서 20년 전부터 상주하며 수주영업을 하던 현지 법인의 한국인이 공사를 수주하고 공동 수행할 한국 건설업체를 찾고 있었습니다. 마침 인터넷 다움 포털에 블로그 각한재 가는 길에를 운영하고 있던 본인에게 온라인을 통하여 우연하게 연결되었습니다. 한국 건설업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공사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하여 현장소장을 자임하고 지난 1월에 현지에 부임하였습니다.

 

해외건설과의 인연은?

건설인으로 30년 경력의 첫걸음을 고려개발의 사우디 알코바의 도로현장에서 시작하였으며 이어서 방글라데시 화력발전소 현장에서 5년간 근무하였습니다. 다음에는 2000년에 GS건설의 인도 고속도로 현장에서 일하였으니 모두 합하면 10년을 해외에서 보냈습니다. 과거의 해와공사 경험이 이번에 다시 해외로 진출하는데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2011년에는 국토해양부에서 시행하는 해외건설전문가 3기 과정을 한양대학교에서 이수하였습니다. 해외건설은 대한민국의 국위도 선양하고 낯선 이국땅에서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고 청년기술자들의 취업과 장년층 은퇴자들에게 제2의 직장의 기회도 제공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답니다.

 

인도네시아 현장은 어떤 현장입니까?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제2의 도시 수라바야로 연결하는 도로 중에서 찌깜펙까지는 왕복 8차선 고속도로가 있는데 그 이후로 팔리마낭까지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공사가 발주되었답니다. 외국의 민간자본으로 건설되는 고속도로 116km 중에서 저희는 제2공구 7.6km 구간을 맡아서 지난 1월 초부터 착공에 들어가서 벌개제근 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토공 및 구조믈 공사가 본격적으로 착수되는데 왕복 4차선 도로에 공기 20개월로 주로 산림과 농지구간을 통과하는 신설 도로이다 보니 절, 성토가 많은 토공 위주의 공사로서 많은 중장비들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우기철에 비가 많이 오고 토질이 점성토로서 연약지반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처리 방법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콘크리트로 포장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아스콘 포장이 주로 되어 있어 콘크리트 포장의 평탄성 확보를 위하여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어떤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까?

80년대에 중동에서 일할 때는 많은 한국인 직원들과 기능공들이 함께 일하였지만 이제는 꿈같은 이야기이고 저희 현장에는 현지어 통역을 겸한 관리이사와 측량팀장 그리고 소장인 저와 임원 등 모두 4명의 한국인이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현지의 직원들이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장비 운전사들의 기능도 떨어지지 않아서 공정진행에 크게 어려움은 느끼지 않고 있답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말이 현장소장이지 실제로 공사부장과 공무부장 일을 다 하다 보니 몸과 머리가 바쁘기만 한데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에서는 영어만으로 부족하고 인도네시아 말을 해야 편하게 일하고 생활하기에 틈틈이 현지어를 배우느라 고생 아닌 고생을 하고 있답니다.

 

인도네시아의 건설시장은?

이곳 인도네시아는 지금은 개발도상국이지만 풍부한 지하자원과 2억이 넘는 경제인구로 경제발전에 대한 잠재력이 크고 아세안의 중심국가로서 낙후된 국가기간산업 분야의 개선을 위한 건설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난 1월 수도 자카르타가 폭우로 수해를 입었을 때 대통령궁도 침수되어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과 같은 수자원 정비 공사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수도 자카르타에는 지금도 지하철이 없고 도로의 교통 혼잡이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여서 SOC 분야 특히나 철도, 지하철, 고속도로나 발전소 공사가 많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97IMF 사태 이후에 많은 건설사업이 중단되어 업체와 기술력 부족으로 이 분야에서 우리의 건설업체와 고급 건설 인력의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새 정부에 바라고 싶은 것은?

물론 이번에 출범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장에 해외건설근로자 자격으로 참석하였지만 취임사에서 과학 기술의 발전과 건설인의 해외진출에 대하여 의욕적으로 지원할 것을 천명하셨습니다. 하지만 구호로 끝나지 않고 청년 기술인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나라를 위하여 헌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대기업보다는 해외진출에 어려움이 있는 중소기업이나 건설인들이 해외에 진출하는데 떠안아야 하는 각종 리스크를 최소화시켜 주기를 바랍니다. 이점에서 국토해양부가 시행하고 있는 해외건설 현장훈련(OJT) 지원사업이 더 확대되고 선수금 보증과 공사이행 보증업무에 우리의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끝으로 건설기술자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이제 다음 주에는 현장으로 다시 가는데, 국내의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다시 해외현장을 간다고 하니 주위의 친구들이 우려와 부러움이 교차하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국내의 건설경기 하강에 따라서 많은 건설인들이 직장을 잃고 남아 있는 직원들마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하여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SOC 수준을 감안하면 더 이상 우리 세대가 누렸던 건설산업의 호경기를 국내에서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을 만든 우리 건설인들의 경험과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세계의 곳곳에서 설계, 시공, 감리 등 여러 분야에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퇴직한 토목, 건축인들이 다양한 공종에서 쌓은 경력이 제 2의 삶인 해외건설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길 바랍니다. 굳이 대형건설업체가 아니고 전문건설이나 아니면 현지법인으로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