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내가 인도네시아에 온다.
이를 위해 함께 살 보금자리로 남부 자카르타에서도 한인들이 많이 사는 Kemang 인근에 월세 아파트까지 준비했다. 물론 내 자신이 현장생활을 하던 때에는 몇 번이나 짧게 다녀가긴 하였지만 이번에는 함께 살기 위해 오는 것이다. 이제 홀로의 생활을 마치고 지천명을 지난 이 나이에 ‘허니문’을 다시 시작한다니 어찌 가슴이 설레지 아니 할까.
5년 전에도 차갑게 식어버린 국내 건설경기로 인해 퇴직자의 재취업은 동장군 날씨 만큼이나 녹녹치 않았다. 그런 어느 날 생면부지의 한인으로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물론 여기에는 본인의 건설관련 블로그와 페이스 북 활동을 통하여 나를 알린 것이 그 연결고리가 되었다. 하지만 사업의 불확실성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인도네시아 땅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다.
1월의 강추위 속에 고국을 떠나서 인도네시아에 도착하니 자카르타 공항의 야자수가 지친 나를 반겨 주었다.
찌깜펙에서 수방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공사에서 현장 소장으로 벗었던 안전모를 다시 쓰게 되었다. 처음 낯설음도 잠깐 전혀 모르던 인도네시아 어를 배우며 현지문화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고속도로는 그 형상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두 번째 현장으로 수마트라 북부에 있는 살룰라 지열 발전소 현장에서 일하였는데 길지 않은 기간 이지만 지연된 공정을 정상화시켜 놓았을 때 건설인으로서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고르에서 또 다른 고속도로공사를 완료하고 지금은 자카르타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동안 내가 다녔던 현장들은 주거환경이 열악하여 힘든 나 홀로만의 외로운 삶이였다. 하지만 수도 자카르타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할 정도의 생활수준이기에 동반자 비자로 아내를 초청하였고 이제 소풍가는 아이같은 설렘 속에 아내의 도착을 기다린다.
아내가 오면 결혼 후부터 도맡아 왔던 가사를 잊게 해주고 싶다. 주일에는 한인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인도네시아어 과정을 배우게 하여 언어의 장벽을 뚫어 주어야 한다. 각종 문화행사에도 참여시켜 해외생활로 인하여 생기는 빈 시간을 채워 주리라. 삭막한 한국과 달리 따스한 기후만큼이나 순박하고 정감이 가는 이국문화에 심취하는 생활이 되게 하고 싶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서 아파트 주위를 거닐고 밤에는 자카르타의 야경을 내려다 보며 둘만의 이야기를 소곤소곤 나누리라. 또한 국내서는 제대로 하지 못한 골프도 상시 푸르른 필드에서 함께 라운딩하며 둘만의 낭만을 만들고 싶다.
지난 4년이나 있으면서 한번도 가보지 못한 천혜의 휴양지 발리에는 국내에 있는 아이들까지 불러서 함께 가야지. 불교 유적지로서 유명한 중부 자바의 보로부두르 사원에도 올라가고 쁠라우스리부 섬의 해상 리조트에서 석양을 맛보리라. 가끔씩은 고국의 친구들도 초청하여 고산지대인 Puncak의 시원한 공기도 맛보며 산 위의 펜션에서 별밤을 보내며 인도네시아를 알리며 오랫동안 생각했던 해외은퇴자촌의 꿈을 공유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인도네시아의 각종 사회기반 건설 사업에 기여한 한국 건설기술인이 되고 싶다.
개발도상국 인도네시아에서는 해야 할 공사도 많고 개발해야 할 사업도 다양하기에 기회의 땅에서 토목인의 마지막 여정을 인도양의 낙조처럼 황홀하게 장식하고 싶다.
하지만 일에 함몰되어 가정을 잊었던 예전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부부의 시간을 더 소중히 하고 싶다.
어쩌면 아내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지 모를 ‘자카르타의 또 다른 허니문’을 위하여......
글: 엄재석
PT. ACE E&C
“인해촌에 뜨는 해”http://blog.daum.net/kackanjae
오랫만에 오프라인 월간지에 수필을 실어 보았습니다.
지난 4간년의 인도네시아 삶을 글로 만들어 기고하였는데
인니 교민잡지 "한인뉴스 2월호"에 실린 본인의 수필
"자카르타의 또 다른 허니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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