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자작 수필

자카트타 MRT 탑승기---1

인해촌장 엄재석 2019. 7. 29. 13:04

자카트타 MRT 탑승기

 

엄재석/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인도네시아 최초의 지하철인 자카르타 MRT를 오늘에야 비로소 시승한다. MRTMetro Railway Transportation의 약자로서 우리 말로 도시철도를 뜻한다. 새로 생긴 MRT를 타고자 회사 인근에 있는 Cipete Raya역을 찾는다. 지난 3월에 개통한 자카르타 MRT는 시점 Lebak Bulas에서 종점 호텔 인도네시아까지 16km 연장에 지상역사 7개소에 지하역사 6개소로 구성되었다. 인니의 수도 자카르타시의 중심부 남북을 가로 지르는 수드리만 대로를 따라 만들었다. 1단계 개통에 즈음하여 착공한 2단계는 연장선으로 8개 역사로 2025년에 개통할 예정이란다. 구간별로 차등화 되어 있는 티켓비용이 기본구간을 가는데 우리 돈으로 650원 정도인 7,000루피아이다. 우리에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인도네시아 서민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플랫폼에 올라 가자 곧바로 열차가 들어 온다. 차간 간격이 길지 않아서 기다리는 승객도 많지 않고 열차 내부에 승객 모두 좌석에 앉아서 간다. 난생 처음들 타는 지하철이 신기한지 히잡을 쓴 현지인 아줌마들이 연신 인증 삿을 찍느라 바쁘다. 단지 의자가 쿠션이 없을 뿐 외관상으로 우리네 최신 지하철과 별 차이가 없다. 열차 내 소음이나 승차감도 적당하고 안전요원들이 차내를 다니고 있다. 아마도 지하철이란 대중교통문화에 처음 접하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리라. 나중에 MRT가 대중화되면 안전요원 대신에 잡상인들이 있겠지 이는 나만의 기우일까? 내릴 역을 안내하는 열차 내 디지털 간판의 글씨가 작고 전체 노선도가 없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시내 중심부가 시작되는 ASEAN역까지는 파트마와티 도로를 따라 지상철 구간이라 시내 전망도 가능하다.

 


5년 전 지방현장에 근무할 때 위자야 센터에 있는 본사로 가려면 공사장 길을 이용했다. 지금은 MRT가 개통하여 왕복 4차선길이 되었지만 공사 당시는 양방향 2차선 도로였다. 엄청난 교통 혼잡으로 지금은 MRT10분이면 가는 거리를 1시간 이상 차 안에서 보내야 했다. “몽고 애들은 말 위에서 크고 자카르타 시민들은 차 안에서 늙는다라는 말을 실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후화된 고가차도를 철거하는 상황인데 이제 자카르타는 고가구조물을 만들다니언제인가 다시 허물 때가 올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언제나 공사판이 끝나고 도로가 정상으로 돌아 오나 염려했는데 막상 MRT가 개통을 하고 시승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자카르타 중심부로 최대의 번화가인 수드리만 대로가 시작되는 ASEAN 역을 지나자 지상철이 지하철로 바뀐다. 그래도 역시 도시철도는 지하로 달려야 제 맛이란 느낌 속에 열차 밖의 어둠을 응시하다 보니 예전의 서울지하철 건설할 때가 회상된다. 1980년대 중반에 서울은 2단계 지하철 건설을 시작하였고 나는 건설회사 중견직원으로 7호선 면목동 구간 건설에 참여하였다. 전 구간이 땅 속에서 건설되어서 역사 건물과 중간 환기구가 지상으로 연결되는 설계였다. 지질이 자카르타와 다른 강한 암반으로 되어 있기에 NATM이라는 발파공법으로 진행시켰다. 발파로 인한 숫한 민원 속에 매일 2미터씩 굴진 하였다. 터널 관통 후에는 콘크리트 라이닝으로 터널을 피복하고 전력선과 레일 부설로 모든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지금 달리는 MRT 지하구간은 연약한 지반이기에 발파 대신에 TBM(Tunnel Boring Machine)이라는 굴진장비로 터널을 완성하였다.



 

그때랑 비슷한 과정을 거쳐 자카르타 지하철 공사를 완공한 건설 기술자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목적지 역에 도착한다. 지하역사를 나오는데 건물이 우리나라 지하철 역사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내부 구조도 산뜻하고 고급 건축자재를 사용하였다. 노약자와 장애자를 위한 승강기도 설치되어 있었고 플랫폼에는 승객 추락방지용 자동개폐기도 설치되어 있다. 물론 우리처럼 100% 밀폐가 아닌 1m 정도 높이로 열차 문과 동시에 열리고 닫힌다. 개방형 구조로서 추운 겨울이 없는 인도네시아에 적합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다. 소지하고 있던 고속도로용 교통카드를 사용하니 우리네 승차 방식과 똑 같아 카드를 접속하니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이렇게 편한 최신의 시스템으로 만들다니 놀라울 뿐이다. 도시철도 선발국가의 지하철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설계에 반영하여 자카르타 MRT는 탄생하였다.

 

자카르타의 대기 오염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겨울이 없기에 온방 연료도 안 쓰고 중국에서 날라 오는 미세먼지도 없는데 문제는 교통수단이다. 가진 자들은 자가용, 서민들은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보니 거기서 나오는 매연이 만만치 않다. 거기에다 빠자이라는 소형 3륜 승용차 택시와 꼬빠자라는 노후화된 중형 버스는 먹물을 허공에 뿌리는 수준이다. 이런 교통수단을 개선하여 도로의 혼잡도를 줄이고 공기도 맑게 하고자 자카르타 MRT는 건설되었다. MRT가 개통되자 과연 얼마나 승객이 이용할지 모두 우려한다. 지하철이 개통되면 우리처럼 시내버스에서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편하게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를 포기하고 MRT로 옮겨 오기가 관습상 쉽지 않을 듯도 하다. 아직까지는 승객수가 예상에 훨씬 못 미친다는 신문 보도도 있다.

 


 더 많은 승객 유도하기 위하여는 MRT가 남북에서 동서로 거미줄 같이 건설되고 위성도시와는 LRT(경전철)로 연결되어야 한다. 트랜스 자카르타와 같은 대중버스와 연계시켜 시민들이 편하게 환승하도록 만들고 MRT 주위 역세권도 개발하여야 한다. 오랜 세월 힘들게 만든 자카르타 지하철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며 우리네 지하철처럼 분비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도로에 차가 막힌다고, 대기 오염이 심하다고 불평보다는 우리 교민들도 자가용 대신에 MRT 타면 어떨까? 끝으로 상업운전이 곧 시작될 한국 철도공단이 완성시킨 끌라파가딩 LRT의 또 다른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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