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예전의 직장의 자료실을 방문하였다.
1997년에 LG건설(구 GS건설) 사보에 실린 글이자
나의 생애 첫 수필 작품인 "태백선에서"을
발견한다. 그 기쁨이야 말로....
반가움 속에 1,2부로 나누어 실어 봅니다
태백선에서
엄재석 차장 (지하철 6-10공구)
감자바위 강원도, 두메 산골 영월의 초겨울 차가운 새벽 공기는
전날부터 몸살 감기로 기침을 하고 있던 내가 숨조차 들이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가웠다.
오랫동안 고생하여 취득한 토목 기술자 자격증이 생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야속하게까지 느껴지는 12월 중순의 어느 아침이였다.
새로운 공사의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가 열리는 태백으로 가는 길의
중간에 있는 정든 고향 영월군 남면 연당2리.
이제는 성장한 자식들이 모두 떠나 학처럼 연로하신 부모님
두분만이 쓸쓸히 지키고 있는 고향집을 전날 밤에 도착하였다.
태백이 초행길이라 가는 길을 확실히 알기 위해 태백에 살고 있는
친척에게 전화를 했더니 폭설과 기온의 급강하로 차량의 통행이 곤란하니
승용차보다는 기차를 이용하라는 친절한 조언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포기하고 새벽 완행열차를 타기 위해
어머님이 손수 지어 주신 아침밥을 먹고 고향 역을 찾는다. 그것도 20여년 만에...
고향 역, 중학생 시절부터 유학이란 사유로 일찍 고향을 떠나야 했던 나에게는
당시에는 철도가 서울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때라
숱한 만남과 이별의 장소로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국도가 포장이 되면서 직행버스를 이용하여
고향을 찾게 되자 고향 역은 옛날의 위상을 상실하게 되었다.
급기야는 승용차로 귀향하면서는 마을 입구 개울 건너에 홀로 서 있는 고향 역은
아이들에게 '칙칙폭폭'이 서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으랴. 회사의 중요한 업무와 혹한의 날씨가
나로 하여금 고향 역을 20년 만에 다시 찾게 할 줄이야.
그 옛날에는 크고 흰 색깔의 도장으로 깨끗했던 역사 건물이
이제는 협소하고 누추해진 모습으로 역시 같은 세월의 흐름 속에
홍안의 소년에서 불혹의 연륜으로 변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난로조차 없는 대합실을 지나서 역원 사무실로 들어갔다.
요즘 보기 드문 조개탄 난로의 열기로 안경에 낀 성에를 녹이니
오래도록 사용하여 원래의 색상조차 찾기 힘든,
마치 구시대의 골동품을 연상케 하는 여러 비품들이 여기가 박물관이 아닌가 하는
착각조차 들게 할 정도였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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