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하며 거액 수수료 수입 올리고도 세금 안 내
업체 입맛 맞는 글 한건 올리면 화장품 10만원, IT제품 100만원
회사원 급여 몇배 이상 벌기도… 포털 "일부 블로거 문제일 뿐"
◆"하루 방문자 수 1000명이면 글 하나당 10만~15만원"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친구 모임에 나갔다가 블로그를 하는 친구에게 "나 이번에 500 찍었어(500만원 벌었다)"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는 "바짝 벌면 1000도 번다"고 맞장구를 쳤다. 블로거인 친구는 "푸드 전문 블로거가 제일 수입이 좋다. '돈 줄 테니 블로그 써달라'는 레스토랑이나 음식 재료 업체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소문 권력'으로 떠오른 블로그가 상업성에 물들며 신뢰성을 잃고 있다. 블로거가 기업에 '원고료'를 받고 해당 기업 제품이나 브랜드를 미화하는 포스팅(글을 써 올리는 행위)을 하는 것이다. 개인의 생각이나 정보, 느낌 등을 다른 네티즌과 공유하기 위해 탄생한 '블로그'가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한 것.
"블로거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가 있는데, 거기에 '상업 블로그' 모집 공지를 띄우면 수십~수백명이 몰려와요. 하루 방문자 500~1000명 정도를 보유한 블로거는 한 건당 10만~15만원 정도 줍니다." (블로그 마케팅 업체 직원)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상업 블로그는 하나의 시장을 이루고 있다. 예컨대 화장품처럼 일반인 누구나 쓸 수 있는 소비재는 단가가 가장 낮아 10만원대다. 반면 IT 제품처럼 전문용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경우엔 포스팅 하나당 100만원까지 단가가 올라간다. 인테리어·여행·영어학습·가구·유아용품 등 네티즌들이 제품 구매를 할 때 블로그를 참조하는 분야는 모두 '상업 블로거'들의 활동 영역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대기업은 '돈을 받고도 입맛대로 안 써주거나, 경쟁사 제품을 홍보한 블로거' 명단을 관리하기도 한다.
◆무전취식을 요구하는 '파워 블로거지'(파워블로거+거지)
경기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9)씨는 지난달 '파워 블로거' 6명의 방문을 받았다. 이들은 저녁 7시쯤 찾아와 20만원어치 넘게 음식을 주문했다. 계산할 때가 되자 "우리는 모두 파워 블로거인데 가게에 대해 잘 써줄 테니 음식을 공짜로 달라"고 했다. 이씨는 요구를 거절했다.
일주일 후, 아르바이트 점원이 이씨에게 "인터넷에 우리 가게 험담이 올라왔다"며 화면을 보여줬다. 포털 사이트 음식점 소개 게시판에 '파워 블로거'들이 "반찬을 재활용하는 가게"라는 악평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이씨는 "매출이 확 줄었다"며 "그냥 공짜로 주고 말걸 그랬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파워 블로거지'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파워 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다. 식당을 찾아가 자신이 파워 블로거라며 셈을 치르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다. 상업 블로거들의 이런 행태는 포털이 부추긴 측면이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2008년부터 글 작성 수, 방문자 수 등을 따져 1년에 수백명씩 파워 블로거를 선정했다. 다음도 파워 블로거들에게 일정액의 보조금과 함께 비슷한 혜택을 주고 있다. 포털에서 '홍대 앞 맛집'을 검색하면 네이버 블로그의 글이 노출된다. 상업 블로거들은 포털의 위세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포털 관계자는 "일부 블로거의 문제일뿐 대다수 블로거들은 상업성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그만큼 돈을 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파워블로거(Power Blogger)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서 영향력이 큰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 글 게재 횟수와 내용, 방문자, 댓글 등을 따져 매년 수백명씩 선정한다. 블로그 화면에 금메달 모양의 표시가 붙고, 광고를 붙여 수익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