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자작 수필

건설분쟁 해결을 위한 일본사례----건설기술인 07/9,10

인해촌장 엄재석 2007. 9. 27. 09:15

  건설분쟁 해결을 위한 일본사례

 

건설산업은 구조상 분쟁요인을 안고 태어날 수 밖에 없기에 이해당사자간의 분쟁사건이 날로 증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오늘의 현실이다. 이에 건설 분쟁의 원활한 해결을 위하여 해당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건설전문가가 별도의 법무과정을 학습하는, 건설공학과 법학을 융합한 ‘건설법무’라는 새로운 영역의 분야의 필요성이 대두하게 되었다.

이에 건설법무대학원이 금년 3월부터 최초로 개설하여 건설법무를 준비하는 과정의 1학기 강의가 시작되었다. 입학생 중에는 건설 분야에서 설계, 시공, 감리로 일하는 공학도가 70%로 구성되어 이들은 주로 법무를 배우며, 나머지 30%는 법무 분야 변호사와 건설회사의 법무 팀에서 경험을 쌓은 법조인들이 건축/토목공학을 배우는 석사과정으로 구성되었다.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해외연수가 있는데, 건설분쟁의 원활한 해결을 위한 사례의 견학을 위하여 가까운 일본으로 결정되었으며, 세부일정으로 일본의 동경지방재판소, 국토교통성(우리나라의 건교부에 해당), 다께나카 건설회사 도쿄본사, 일본건설협회 및 시즈미 건설회사가 시공 중인 고층아파트 건설현장의 방문 등으로 일정을 준비하였다.

이하 차례대로 방문 소감을 적어 보는데 다만, 국토교통성은 팀을 나누어 법원과 국토교통성 중 한곳을 방문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는 관계로 필자는 법원을 방문, 따라서 국토교통성의 방문은 하지 못하였기에 여기에서 생략되었다.

동경지방재판소 민사22부 방문

지난 6월, 공휴일을 이용한 여행일정에 재학생 90% 이상이 참석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는데 일본의 동경에 도착하자마자 동경지방재판소를 찾는 것으로 첫날의 연수가 시작되었다. 동경지방재판소의 건설 분쟁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건설전문재판부인 민사22부 재판장인 칸노 수석부장판사의 안내와 설명으로 진행되었다.  

건설부분의 민사사건 대부분이 소송보다는 소송외적인 방법인 화해와 조정으로 분쟁을 종결짓고 있는 추세이며 현재 일본에는 12,000명의 민사조정위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법원에서도 분쟁 당사자 간의 화해와 조정을 권장하고 있다는 부연 설명이 있었다. 이는 일본인 특유의 국민성에서 기인된다고도 볼 수 있는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가급적 피하는 일본인이다 보니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소송보다는 화해와 조정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2시간에 걸친 일본 건설 분쟁의 현황 브리핑에 이어서, 칸노 수석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직접 사건을 맡고 있는 건설소송을 참관할 수 있었는데 일본 법정의 분위기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사건은 하도급 공사대금 미지급에 관한 소송건으로 진행을 위하여 배석 판사 3인에 원고 1인과 피고 2인으로 진행되었는데, 무엇보다도 법정에서 우리가 예상했던 재판부의 권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피고, 원고 서로에게 조정과 양보를 권유하는 일본 법정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며, 실제 소송재판마저 견학을 위하여 별도로 준비하여 보여주는 동경지방법원 칸노 판사에게 감사하며 법원 건물을 나올 수 있었다.

 

시즈미 건설사의 고층 아파트 현장 방문

둘째 날 우리 연수팀은 시즈미 건설사가 시공 중인  고층아파트 신축현장을 방문하였는데, 현장 제작장에서 기둥과 보를 사전 제작하여 양생 후 조립하는 PC조립에 의한 공법으로 현장타설 작업을 최소화시키고 있었다. PC공법은 공기의 예측이 가능하고 (1층 시공에 7일 소요),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고 안전사고 발생을 최소화시키는 이점이 있었다.

배관의 온돌시스템이 없어서 바닥 플로어의 작업시간도 단축이 가능하고, 내부의 벽체도 벽돌이나 벽체콘크리트를 쓰는 것이 아니고 목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일본 아파트 건축물의 특징으로 외부 샤쉬가 없다는 점과 계단이 건물 외부에 설치된 것인데 지진이 다발하는 나라로서 지진과 화재에 대비한 나름대로의 설계라고 볼 수 있다.

현장사무실에서 질의 및 응답시간에 오십대 초반의 현장소장에게 현장에서 있었던 분쟁사례에 대하여 질문하였으나, 자기의 경험에는 그런 사례가 별로 없었다기에 이의 진실성에 대하여 나는 의아했다. 현장직원이 지역 주민의 님비현상, 환경단체, 언론사 문제 등 각종 공사외적인 요소로 시달리는 우리의 현실에 비교할 때 어찌하여 30년 가까이 현장생활을 하면서 민원이나 하도급 관련하여 일체의 분쟁이 없었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해관계의 충돌로 공공공사 진행의 발목이 잡힌 숫한 우리의 예들, 경부고속철 천성산 구간, 새만금매립공사, 서울 외곽순환도로공사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의 혈세와 아까운 공사기간을 낭비했던 우리의 현실과 극명히 대비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다케나카 건설사 본사 방문

창립 100주년이 넘는, 건설사 순위 5위인 다케나카 건설사의 본사를 방문하였는데 전체 직원 5000명에 연 매출 1조 엔의 건축전문 회사로서 토목 플랜트 분야의 매출이 전혀 없는 것이 특이했다.  우리나라 건설회사는 토목, 건축, 주택, 플랜트 환경 등 모든 분야를 참여하기에 각자 회사 나름대로의 특화 분야가 없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다케나까 건설사는 일본의 돔구장 5개를 시공하여 이 분야에서도 나름대로의 이 분야에서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설계 및 시공을 함께 하는 종합 건설사였으며, 설계와 시공의 일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누린다는 설명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설계와 시공의 겸업을 금지하고 있는데, 물론 이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글로벌 시대에는 규제의 해제가 추세인 만큼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복도에서 사무실내의 일하는 모습을 외부인들도 볼 수 있도록 벽을 없앤 본사 사무실 구조와 대형 건설사의 본사에 주차장에 100대 정도로 외부인들만 주차할 수 있었다. 끝으로 다케나까 회사의 법무팀장과 시간을 가졌는데 집단 분쟁으로 건설공사가 중단된 적이 없고 작은 건설분쟁 사건으로 소송에 몇 번 참여해 보았다는 법무팀장의 얼굴에서 여유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 건설협회 방문

2일째 밤에는 우리가 유숙했던 호텔 근처의 주막집에서 원우회원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단합대회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차량으로 이동하는 틈틈이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져서 원우들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자리도 있었지만 차내의 분위기 탓인지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던 차였다.

3일째는 일본 건설협회를 방문하였는데, 이는 우리의 대한건설협회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우리가 준비하여 전달했던 질의사항에 분야별 담당자들이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설명회가 시작되었는데, 짧은 시간에 일본의 건설 산업의 문제점과 단면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었다.

일본의 건설 분쟁에 관한 질문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상호 신뢰에 근거한 상거래를 진행함으로 분쟁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설명이 있었다. 아울러 연합회 내에 특별위원회를 두어서 단체적으로 계약 제도를 검토/작성하여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조치하고 있으며, 건설 산업의 노령화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 등 일본 건설 산업의 문제점들에 대하여 고민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건설협회는 일본 건설사의 해외진출을 위하여 별도로 해외건설위원회를 만들어서 건설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중소건설업체의 양극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하여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IT분야, 환경 분야, 리모델링 분야 등이 그 대상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연수를 마치며

건설공사에 있어서 도급계약의 부실, 설계변경의 불가피성, 공정의 복잡성, 민원의 발생 등으로 건설 분쟁은 국내외의 모든 현장에서 숙명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건설소송은 그 내용이 복잡하고 관계자의 전문성, 소송기간의 장기화, 조정과 화해의 중요성 등이 그 특징이기도 하다.

이에 원활한 해결을 위하여 건설공학도 출신의 건설인에게는 건설관련 법무를, 법학도 출신의 건설관련자(건설회사 법무팀장 내지 건설관련 전문변호사 등)에게는 건설공학을 가르쳐서 건설법무 분야의 전문인으로 양성하는 것이 본 교육과정이다. 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선진 일본의 건설법무를 현지에서 연수함으로서, 본 교육과정의 내실을 기하게 되고 해외 건설법무의 현주소를 이해하는데 이번 연수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다.

짧은 기간의 연수였지만 그래도 우리가 배운 것으로서, 정교한 계약이나 법적인 논리로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발주자와 도급자 그리고 하도급사와의 관계를 인간적인 신뢰로 풀어가는  일본식의 사전분쟁 배제방식의 특성이다. 아울러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 탓인지 소송보다는 조정과 화해로 분쟁을 풀어가는 모습은 우리도 배워야 할 것이다.

특히나 건설공사의 특성상 진행과정에서 발생되는 제3자와의 분쟁, 예를 들면 소음 진동, 일조권, 조망권 등의 문제로 인하여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한 분쟁의 숫자가 나날이 증대하고 사회적인 비용 낭비가 다대하여 이의 효율적인 해결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하는 순간이다.

사족으로, 우리 주위에 공사현장 인근의 아파트나 건물에서 “00소각장을 유치하는 00시장은 자폭하라” “소음, 분진 발생하는 00아파트 건설공사 중단하라” 등의 대형 현수막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집단이기주의의 떼쓰기 문화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본인은 일본에서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폈지만 유사한 현수막을 일체 찾아 볼 수  없는 거리에서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