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건설인의 길에

대운하에 대한 반대의견

인해촌장 엄재석 2008. 1. 10. 18:58

"독일 대운하, 바벨탑 이후 가장 무식한 사업"


[평화뉴스] 박창근 교수 "전문가 침묵 오래가지 않을 것"

[미디어오늘 박창근 관동대 교수]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물류시스템이 필요하게 되자 고대에는 사람이 물건을 직접 나르거나 우마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화물의 부피가 커지자 자연스럽게 물길을 이용하게 되었고,중세 들어 노예 등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물길을 파게 되었다. 이것이 운하이다.

운하는 중세에 물류의 85%를 분담하게 되었고, 마침내 18세기 유럽의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다. 그러나 산업혁명 과정에서 발명된 증기기관차가 철도를 따라 물류를 효율적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철도가 산업혁명을 완성하게 된다.

교통의 역사를 놓고 볼 때 18세기까지를 운하의 시대, 19세기를 철도의 시대라고 한다면 20세기는 도로의 시대라 부른다. 즉 물류수송 수단으로 운하의 역할은 철도와 도로의 등장으로 상당히 축소되었던 것이다.

"MD운하,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

▲ ⓒwww.galenfrysing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운하가 건설되고 있는 이유는 독일같이 운하가 잘 발달되었던 국가에서 물류체계가 운하에 일정부분 적응해 있기 때문인 바, 기존 운하망에 연결되는 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새로 운하를 건설하는 경우보다 경제성이 생길 여지가 있다.

20세기 들어 건설된 가장 유명한 운하 중 하나는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소위 'MD운하'인데,그 길이가 171km에 이르고 32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1992년 마침내 준공되었다. 그러나 독일의 전 교통부장관 하우프는 이를 두고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고 혹평했다. 바벨탑은 '노아의 방주' 같은 홍수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인간이 쌓은 탑으로서, 이는 인간의 어리석음, 무지함을 상징한다.

'운하의 나라' 독일에서조차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양화되는 물류시스템이 바로 운하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원점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지형조건과 기후를 고려치 않은 운하 건설

▲ ⓒwww.galenfrysinger.com
한반도대운하를 건설하는 데 대한 공학적 문제점은 무수히 많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강수량이나 지형 같은 자연조건과 운하 건설로 인해 발생하는 갑문 상류부에서의 홍수 위험 증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한반도대운하 건설이 독일보다 어려운 이유는 독일과는 판이한 지형조건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중심부에 대평원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운하를 만들기에 매우 적합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생대 지형의 영향으로 국토의 2/3가 산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하천의 경사는 급하고 그 형상은 꾸불꾸불하다.

즉 독일에 비해 하천에 갑문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하고, 꾸불꾸불한 하천을 따라 물길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배가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제약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운하를 만들면 배가 움직이는 속도는 떨어질 것이고, 따라서 그만큼 물류시스템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하상계수, 독일 라인강 14 - 낙동강 260"

다음으로 운하가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주운용수(舟運用水)를 안정적으로 그리고 원활히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 3개월 동안 1년 강수량의 2/3가 집중된다. 강우량의 계절적 분포가 매우 불균형하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수자원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움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독일은 월별 최대 강수량이 최소 강수량의 2.1배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9.4배에 이른다. 독일보다 적어도 4배가량 수자원 관리가 힘들다.

한편 비가 오면 하천에는 흐름이 생긴다. 주운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가능한 한 수로 내의 유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천 유량의 균일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하상계수라는 것이 있다. 이는 연중 최대유량을 최소유량으로 나눈 것이다. 우리나라와 독일의 주요 하천의 하상계수를 살펴보자.

독일 라인강은 14, 우리나라 한강은 90, 낙동강은 260이다. 라인강을 기준으로 한강은 6.4배, 낙동강은 18.6배의 하상계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유량 관리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운하가 원활히 운영되려면 연중 일정한 유량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살펴본 바와 같이 강우량과 하천유량의 관점에서 보면, 독일보다 우리나라에서 주운용수를 관리하기가 훨씬 어렵다.

홍수의 위험을 간과한 주운댐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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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주운댐을 건설하면 홍수피해의 위험이 증가된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운댐은 운하의 운영에 필요한 수로 내의 물을 확보하는 댐이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의하면, 낙동강의 경우 최소 15m에서 30m의 높이를 가진 댐 6개가 설치될 계획이고, 댐 길이가 1km 이상 되는 경우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임진강 유역에서 홍수를 방어할 목적으로 한탄강댐을 건설하는 데서도 댐으로 인해 수몰되는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즉 댐이 건설되면 댐 상류부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수위가 필연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낙동강에 주운댐을 설치했을 때, 홍수가 발생하면 상승하는 홍수위에 의하여 댐 상류부는 직접적으로 홍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홍수 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구간은 낙동강과 한강 구간을 통틀어 약 150km에서 200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대안은 제방을 더 높이거나 하천변 주택지와 농경지를 침수시키는 것이다.

제방을 쌓을 경우 댐 직상류부에서 약 5~7m 정도의 제방을 증고해야 하는데, 마을 하천변에 거대한 성곽이 들어선다면 천문학적인 공사비는 차치하고 마을 주민들은 경관을 이유로 반대할 것이고, 이는 또다른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만약 마을을 침수시킨다면, 하천변을 따라 적어도 150km 구간에 거주하는 주민의 이주대책을 둘러싸고 엄청난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한편 본류에서 수위가 상승하면 지류로 물이 역류하게 되므로, 지류 역시 비슷한 홍수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연중 고르게 비가 내리는 독일에 비하여, 여름 한철에 집중된 강우에 의한 홍수 위험을 저감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그만큼 더 어렵다. 하상계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한강의 경우 독일보다 6배 이상 홍수관리가 어렵고 낙동강의 경우 18배 이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공학적 타당성을 검토할 때

현재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서 제시하는 운하는 독일의 MD운하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지형조건, 강우량의 분포 그리고 홍수 발생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즉 우리나라에서 운하를 운영하는 데 더 많은 제약조건이 있다. 그것은 주운용수 관리와 홍수 관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대운하에 찬성하는 측은 주운용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조령 부근에 2∼3개의 댐을 더 건설하면 해결된다고 한다. 물론 돈과 시간이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운하를 건설하면 홍수 위험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찬성측에도 전문기술자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운하댐을 건설하면 홍수 위험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예견되기 때문에, 운하를 건설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거부감을 억지로 숨겨보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밝히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새해 들어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대표적으로 공약했던 '한반도대운하 건설'이 사회적 논란의 한가운데에 올랐다. "논의는 하되, 운하는 건설한다" "2008년 2월에는 착공한다" "대운하 특별법을 만든다" 등의 말들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와 찬반 양측의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치적 공박은 있는데 공학적 논란은 없다. 한반도 대운하는 공학적 판단에 근거하여 건설 여부가 먼저 검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밀어붙이면 공학적 근거는 당연히 따라온다는 묵시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집단 사이에 서로 힘겨루기가 애처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기술자들의 영혼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길들여져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를 공학적 관점에서 주시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그들의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창비주간논평]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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