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도시에서 삶

영어 몰입교육, 성공시켜야 한다

인해촌장 엄재석 2008. 1. 26. 09:48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처럼 영어 문제로 시끄러운 나라는 없다.

 

조기유학이니, 기러기 아빠, 어학연수니 하는 말이 일상 용어가 될 정도로 영어에 한 맺힌 대한민국이 이었는데, 정권이 바뀌자 영어 문제로 인하여 온통 나라가 떠들썩하다.

차기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설정하는 인수위에서 주장하는 영어교육 개선방안 중에 하나인 초중고의 교과과정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몰입교육에 대하여 실제 경험에 근거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본인은 직업이 토목으로 학교 졸업 후 해외건설 현장을 다니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2000년 인도의 서부 도시 뭄바이 근처에 있는 고속도로건설 현장에서 근무하였다.

오랜 해외 생활을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보다는 인도로 데리고 와서 함께 생활하기로 결정을 하였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고민을 한 부분이 아이들의 교육문제였다.

그 때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교 1년, 중학교 1년, 초교 4년에 재학중이였으며 모두 다 학업성적에서 중간정도로 평범한 보통 수준의 아이들이였다.


내가 근무하는 현장의 위치가 문 바이에서 북쪽으로 200Km에 위치한 Vapi시로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영월 규모의 도시였다. 물론 그곳에는 International School(국제학교)는 없고 외국인 학생은 한명도 없는 Local School(지방학교)만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인 우리 아이들이 쉽게 전학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인도에는 시골학교도 모든 교육과정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었다.

물론 인도의 국어인 힌디어 시간과 구자라트 주의 공식 언어인 구자라티 시간만은 현지어를 사용하였고 나머지 다른 과목은 모두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을 막상 전학을 시키기로 하니 걱정이 우선 앞섰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말로만 수업을 하고 생활하였는데 갑자기 인도라는 나라에서 영어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하고....... 하지만 역시 이는 기우였다.

아이들이 처음에 인도에 와서는 생활영어 실력이 부족하여 고생을 하였으나 2개월 정도 지나가니 수업을 따라 가는데 지장이 없고 친구들 하고 잘 지내었다. 나중에는 영어는 다른 인도 아이들보다 더 잘하고 여타 과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되었다.


이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그의 자식들을 영어로 공부시킬 수 있는 학교가 과연 우리나라에 몇 개나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모든 학교의 수업과정을 한국어로 진행하기에 외국인이 가족을 데리고 와서 아이들 교육시키기는 곤란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인도에도 물론 그 나라의 말과 역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와 가정에서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기에 영어에 대한 이질감이 없고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에도 지장이 없다.

인도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여러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고등학교만 졸업을 해도 영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데 있다고 일부 학자들은 분석한다.


인도에서 우리 한국 엔지니어들이 그 나라의 공무원들보다도 영어 실력이 딸리는 것을 몸으로 실감한 본인은 우리 영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진출한 후에 30년 가까이 영어를 사용하였지만 학창시절에 배운 한국식 영어로, 예를 들면 영어 한마디 제대로 써 보지 못한 10년간의 영어교육 때문에 오랜 외국생활에도 불구하고 영어는 나에게 영원한 이방인의 언어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보통의 지식인들은 3개 이상의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하는 실력을 보여줄 때 대학을 나오고도 영어 하나 제대로 구사하지 내 자신이 부끄럽기조차 하였다.


이에 본인은 영어에 의한 영어교육과 영어 몰입교육의 도입을 찬성한다.

물론 누구나 영어를 다 잘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기성세대와는 달리 아이들의 시대에는 외국에 가는 것을 우리네 이웃집 가듯이 할 것이고 그 때에는 국제 공용어로서의 영어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의 시각으로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예단하지 말자.

그들은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여야 할 세대이다. 이 때 언어는 가장 기본적인 무기이다.

우리 세대에 당했던 영어의 한을 우리의 2세에게 물려 줄 수 없기에 지금도 늦었지만 영어 교육 방식을 이번에는 바꾸고 싶다.

이를 원어민들처럼 능수능란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기의 의견은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회의석상에서 상대방의 의사는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실력은 구비하여야 한다.


물론 갑작스런 제도의 변화로 학생이나 선생님 학부모 모두에게 혼란스러울 것이다.

특히나 당장 교육을 담당할 교사의 실력이 문제가 된다. 영어를 영어로 가르칠 실력을 지닌 영어 선생님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이 제도의 정착에 관건이 될 것이다.

우선은 교단에 계신 선생님들을 재교육과 해외연수 등을 통하여 실생활 영어 구사능력을 신장시켜야 할 것이다. 당장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에게는 커다란 고통이 따를 것이다.

하기에 본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현재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한다.

또 다른 방안으로 조기 유학을 한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외국대학을 학위를 마친 경우 이들을 교단에 세우는 것도 한 방편이다.  아울러 원어민 보조교사 활용도 병행하자.


참고로 인도에 나갈 때 고등학생이던 본인의 첫째 딸이 이제는 미국에서 수학을 전공 한 4학년 대학생으로 미네소타 주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현재 교생실습을 하고 있다. 

딸아이는 졸업 후에 미국에서 교편생활을 하고 싶어 하나 아빠인 나로서는 국내에 들어와서 우리나라의 중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길 바라고 있다.

이와 같이 영어를 원주민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인적 자원들이 우리의 주위에도 있고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교사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다음으로 영어 몰입교육에 대하여 걱정하는 의견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영어로 진행하는 수학이나 과학 과목을 과연 학생들이 잘 따라 갈까? "

"우리말로 해도 못 따라 오는데 영어로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하고 걱정 하는데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은 언어 적응능력이 어른들에 비하여 훨씬 뛰어난 만큼 처음에는 힘들어도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방식의 학습에 적응할 것으로 본다.

인도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 우리 아이들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반대 이유로, 우선 사교육비의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엄청난 사교육비에 시달리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영어에 의한 몰입식 교육을 하면 영어를 교육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학생들의 듣기, 말하기, 쓰기 실력은 자연히 향상되기에 별도로 사교육은  필요 없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영어를 위한 엄청난 사교육비의 지출이 공교육의 부실에서 기인된 만큼 이를 효율적이고 경쟁력있는 제도로 가야 할 것이다.


물론 영어몰입교육이라고 모든 과목들을 영어로 할 필요는 없다.

인도에서의 경험에 비춰보아도 우리나라의 국어와 국사 그리고 한문과목은 우리나라 말로 강의하는 것이 당연하다. 영어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말과 역사도 소중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에 이들 과목은 현재의 방식으로 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우리말, 과학적인 한글은 우리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줄 자산이다.

하지만 여타 과목들 특히 영어, 수학, 과학 과목은 영어로 하는 것이 몰입식 교육의 목적에 부합되고 학생들의 학업의 성취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외국인들이 장기간 거주할 경우, 함께 온 외국 아이들이 한국의 산간벽지 학교에서도 우리나라 아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그들이 마음 편히 한국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후진국인 인도에서 우리 아이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었듯이 외국인 학생들도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국식 영어 교육 "콩글리쉬"를  계속할 것인가?

세계에서 영어를 자기나라 말로 가르치는 나라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영어교육의 긍극적인 수혜자인 고객이 가르치는 교사인가 배우는 학생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가슴깊이 고민할 때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그냥 오지 않고 고통을 수반한다.

물론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겠지만 정부와 국민 모두 대승적인 차원에서 슬기롭게 대처하여야 한다.

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차분하고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하여 서두르기 보다는 반대여론도 충분히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은 시범적으로 몇몇 학교를 시행하여 발생되는 부작용을 개선하며 시간적으로, 지역적으로 차이를 두면서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이것이 아니라면 반대에 앞서 다른 대안은 무엇일까?

대안이 없으면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그대로 가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2세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을 공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갖출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개선하여야 한다국내에서도 완벽한 영어실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기러기 아빠, 한해에 3만명이나 간다는 조기 유학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해소시켜야 한다.  "세상에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근다"는 속담처럼

부작용 때문에 백년대계라는 소중한 교육을 포기할 수 없다.  새로운 도전이지만 시도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자.

 

영어몰입교육, 꼭 성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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