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부모님과 고향

엄마의 생일

인해촌장 엄재석 2008. 7. 22. 15:18

지난 12일은 엄마의 75회 생신이었다

때마침 토요일이라 부담없이 고향을 찾을 수 있었는데

아직도 건강하신 몸으로 두분이 해로하시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다

군자3락 중에 하나가 부모 형제가 건강한 것이라 했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선지 주위에 동기 친구들이 부모님을 다 보내셨거나

한분만 계시는 대부분인데 아직도 건강하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복에 복을 더 하는가 보다.

 떨어져 있던 막내 손자와 오랫만에 담소를 나눈다

 맛있는 찰밥을 만들어 놓고 아들네가 오길 기다리셨다

 아들네들에게 싸줄 마늘을 손질하는 어머님.....뭐래도 꼭 주어야 성에 차시는지

 막간을 이용하여 뒤안의 콩밭에서 일하시는 어머님...잠시를 가만이 있지 않는다.

너무 가물어서 걱정이라는 어머님......비가 와서 걱정을 덜어드려야 하는데.

 곱게 옷을 차려 입고 아들 손자들과 어느 한정식집에서 파티를 한다.

아들 손자네들의 생일 축하노래를 동영상으로 담아 본다

식사를 마치고 아들 며느리들과 기념으로 한 컷...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사랑하는 어머님께서 부디 건강하게 아버님과 백년해로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여름 휴가에는 엄마가 손수 농사지은 옥수수 먹으로 갈께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다 헤져 이불에 긁히는 소리가 나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는데,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로.....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아니 어머니.....,

당신의 희생을 딛고 살아가는 이 못난 자식,

어머니 죄송합니다.

 

-작가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