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건설신문에 실릴 원고를 사전에 블러그에 올립니다
제목은 "작음의 행복"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로 옮긴 소감을 기고형식으로 써 보았습니다.
내용이 좋아서 인지 건설신문의 최남영기자가 특별인터뷰를 하였고 2009년 2월 25일자 신문에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이제 2월 15일로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정확히 한 달이 되어간다.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에서 직원의 숫자이나 매출, 수주면에서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의 소규모 건설사의 직원으로 하루아침에 변신하였다. 회사에 출근을 할 때 전에는 직원 ID카드로 출입을 하였는데 여기서는 손가락 지문으로 인식하고 회사의 사무실 문을 출입하게 되었다. 이는 신분 변화를 느끼는 하나의 작은 예이지만 이외로 많은 부분에서 대기업과 소기업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었다. 한 달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왜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하나같이 대기업으로 취업을 원하는지 그 이유를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는 모두 단점들만 있을까? 아니다. 물론 작은 회사에도 그 나름대로의 행복은 있다.
작년 말에 피치 못할 상황에서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게 되었을 때, 오래 전부터 본인의 합류를 원하던 지금의 직장으로 바로 출근을 시작하게 되었다. 토목기술자로서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능력이나 실력 모든 면에서 부족한 나에게 제2의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새 조직의 오너에게 감사하면서. 덕분에 전 직장에서 퇴직한 다음 날부터 지금의 직장으로 바로 출근하게 되었으니 구조조정이나 명퇴 후에 오랫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는 남들에 비하면 커다란 행운이라고 할까? 누구는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재갈공명의 관계를 표현하는 삼고초려(三顧草廬)에 수어지교(水魚之交)까지 비교하지만 나에게는 지나친 과찬이다. 차라리 관중과 포숙아의 관계를 의미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면 모를까?
무엇보다도 본인이라는 존재를 인정하는 지금의 회사 분위기에 적지 않게 안도하면서, 대기업에 있을 때는 공장 기계의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느껴야 했던 존재인식의 안타까움을 이제는 깨끗이 떨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나가지만 그 방법에 있어 나의 이상과 의지대로 비록 규모는 작지만 하나의 단위 조직을 움직여 간다는 것이 어디 보통 일인가? 물론 결과에 따른 책임도 뒤따르지만 회사 내에 영업 총괄이란 직책을 맡았기에 수주을 위한 정보획득과 기획단계에서부터 영업 팀을 지휘하는 것이 나의 임부이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거나 자리만 지킬 수 없기에 내 자신도 영업일선으로 뛰어 나가야 한다. 건설업은 수주가 생명이기에 수주를 위한 영업의 중요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 쓰나미로 인하여 그동안 추진하여 오던 각종 재건축, 개발사업, SOC투자 사업이 대부분 축소되었고 금년부터는 공공사업부분에서 건설사 마다 사활을 걸고 각축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목과 환경 부분에서 건설현장에서만 일하여 오던 내가 새로운 조직을 위하여 영업전선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때 마침 MB정부의 경제정책도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하여 새만금건설, 경인운하, 호남고속철도, 4대강 정비사업 등 공공분야에서 대규모로 많은 양의 공사 물량을 발주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에 어쩌면 우리 건설인들 에게는 다시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어찌 살려 가느냐에 따라 새 조직이나 내 자신의 앞날에 명운이 달려 있기에 이 새벽에 일찍 깨어지고 기술영업이란 도전의 기회를 주신 창조주에게 감사하며 기도드릴 뿐이다.
물론 지금의 회사는 직원카드도 없고 연봉, 자녀 학자금 등의 직원 후생이나 회사의 규모나 조직의 안전성 등에 있어서 지난 28년 이상 내가 몸담았던 일군 건설사들과는 단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빵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주위에게 인정받는다는 자존감이 나를 설레게 만든다. 오직하면 남자는 자기를 인정하는 주군을 위하여 자기의 목숨을 바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한 커다란 조직에서만 직장생활을 끝내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에 쌓은 노하우와 인맥을 살려 작은 조직을 키우기 위하여 마지막 노력을 다 하는 것이 우리 직장인이 걸어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거기에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분위기에 있어서 조직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을 키울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의 꿈을 실현하는 것도 작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른 행복이리라.
후배 직장인들에게 대형 건설사에서 일하던 분위기를 전파하며 지금은 미약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창대하리라는 꿈을 심어주며 이들을 독려하여 지나온 한 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내면으로는 작은 회사도 나름대로의 진솔한 행복이 있음을 발견한 소중한 시간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졸업 후에 취업 전선에 첫발을 딛는 대학의 졸업생이나 명퇴와 구조조정 등으로 제2의 직장인생을 시작하여야 할 퇴직자들이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행복도 결코 간과하지 말기를 간절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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