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자작 수필

토목과 토목인은 이렇단다---건설기술인 10년 3,4월호

인해촌장 엄재석 2010. 4. 5. 12:26

 

건설기술인 3/4월호에 나의 글

"토목과 토목인은 이렇단다"가 실렸다.

대학을 진학하는 아들에게 보낸 서간문인데

아들에게 전공으로 토목을 선택하라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드는데 기여한 토목공학이

젊음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남보다 먼저 토목기술자인 내가 나의 아들을 토목인으로

만들고 싶은 소망에서 글로 만들어 세상에 알린다.


 


캐리컬쳐로 나의 모습을 어쩌면 저리 만들 수 있을까?

내 얼굴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낸 캐리컬쳐에

나도 박장대소할 수 밖에.....

부족한 글을 올려 주고 좋은 그림 만들어 주신

한국건설기술인협회의 홍보팀장님 그리고 직원님들에게

이 자리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원본>

내 아들 태현아!

  미네소타의 매서운 겨울 날씨 속에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공부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 특히나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금년에는 예년보다 더 춥고 눈도 많이 왔다는데.....

 한국에 있는 너의 친구들은 이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생이 되기 위한 준비에 가슴 설레고 있단다. 하지만 너는 미국의 학사 제도에 따르다 보니 이제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구나.

  막상 네가 대학을 가는 시기가 되어 어떤 분야를 전공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이 아빠는 감회가 새롭기만 하단다. 늦둥이로 태어나서 언제 다 커서 대학을 가나 했더니, 대학을 가야 하는 시점이 되어 네가 가야 할 대학교와 어떤 전공을 공부할지 선택하여야 하는 구나.

 내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으면 나의 무릎 위에 앉아서 TV를 보곤 하던 네가 벌써 다 커서 대학을 가야 할 때가 되다니..... 그래도 네가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가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대견하기만 하단다.

 

  

 내가 사랑하는 태현아!

  물론 어느 대학으로 가느냐가 중요하지만 대학에서 어느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아빠는 확신하고 있단다. 그러다 보니 이 시점에서 무슨 과목을 전공으로 하여야 할지 세상의 경험이 없는 너로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으리라.

  대학에서 전공은 졸업 후에 세상에서 너의 직업과 연관이 되기에 자기의 적성과 미래 사회에서의 수요 등 많은 요인을 감안하여 신중히 선택을 하여야 한다.

  이 세상에는 하늘나라의 별만큼이나 직업이 많고 그 종류도 다양하단다. 예를 들면  IT분야나 생명과학 등의 첨단 분야도 있고 법무나 의료 분야 등 사회적으로 인기가 좋아 우수한 학생들이 선망하는 분야도 있단다.

  모든 직업이 각자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취향이나 적성에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고 얼마 동안도 근무하지 못하고 자주 직장을 옮기는 사례를 주위에서 수없이 보았단다.

 또한 사회의 트렌드도 무시할 수 없구나. 급변하는 지구촌 환경에 따라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에 전공에 따라 취업의 난이도가 차이가 나는 것도 현실이란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였는데 비인기 전공 선택으로 취업을 못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 마다 우리 기성세대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단다.

  한번 전공을 선택을 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고 평생 동안 함께 가야 하기에 전공의 선택은 배우자의 결정과 같이 인생의 중대사 중에 하나이다.

우리나라 뿐 만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청년 백수의 문제가 심각한 요즈음이기에 대학 진학에 있어서 전공의 선택에 더 고민하고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우리 가정의 미래인 태현아!

   혹시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 아빠의 전공과 직업에 대하여 이야기하련다. 물론 네가 어릴 때는 아빠의 현장 사무실에도 여러 번이나 다녀갔으니 이 아빠가 무슨 일을 했는지 벌써 알고 있으리라.

  너도 잘 알다 시피 아빠는 토목기술자이지. 토목이라 하면 우리 인류를 위하여 도로와 도시를 건설하고 댐과 철도, 지하철을 만들어 인간들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문명공학(Civil Engineering)이란다.

  네가 보기에는 그냥 있는 시설물이겠지만 사실은 수많은 기술자들의 땀과 노고 속에 오랜 시간의 건설기간을 필요로 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공학의 결정체이란다.

   네가 대학엘 가서 토목공학을 전공한다면 구조공학, 토질공학, 수리학, 철근 콘크리트, 측량학, 토목 시공학 등 용어조차 이해하기 힘든 과목들과 씨름을 하여야 한다. 그래서 만약에 네가 토목을 전공으로 하려면 수학이나 과학이 적성에 맞고, 이들 과목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아빠도 사실은 토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대학에 들어갔고, 가서 보니 공부하기도 힘들어서 처음에는 많이 후회를 하였단다. 알다시피 나의 적성은 이과 보다는 문과 쪽에 가깝기에 어려운 과목을 마치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느라 고생 좀 했단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 나와서 취업을 하고 보니 토목에 대하여 나름대로 자부심도 가지게 되었단다. 또한 30년에 걸친 회사생활을 하면서 경력을 쌓게 되니 고급 기술자로서 나름대로 대우도 받게 되고, 어찌 하다 보니 토목시공기술사라는 이 분야에 있어 최고의 자격도 갖추게 되었단다.


  하나님이 축복하는 태현아!

   물론 프로젝트를 따라서 여기 저기 움직이다 보니  가정생활도 안정되지 않고 거친 현장생활과 잦은 야간작업 등으로 토목은 대표적인 3D 직종이라 인식되어 토목공학을 요즈음의 학생들이 기피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한순간의 고생이 지나면 참여한 기술자들 덕분에 구조물이 완성되고 우리의 세대와 후손들이 이를 편하게 이용하게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르리라.

   사실 아빠가 지금까지 참여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의 고속도로와 방글라데시의 화력발전소와 국내의 지하철 현장과 고속도로 현장을 건설하는데 나의 작은 땀과 노력이 일조했다는 사실에 높은 자긍심과 함께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단다.

   더욱이 우리 토목은 경험공학이라 기술자의 수명이 여타 직종보다 긴 것이 또 다른 장점이기에 지금도 나이든 기술자들이 기획이나 설계, 시공 분야에서 많이 일하고 있단다.

요즈음 보면 타 직종에 있던 아빠의 친구들은 대부분이 현업에서 은퇴를 하였거나 은퇴를 준비 중에 있어도 이 아빠는 아직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이 나라의 기둥이 될 태현아 !

   하여간에 솔직히 말해서 네가 이 아빠의 뒤를 이어서 토목기사의 길을 가라고, 아니 가능하다면 더 많은 젊음들이 이 토목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단다. 

 그동안 기술자로서 내가 겪었던 실수를 네가 되풀이 하지 않도록 조언도 하고 싶고 건설 기술자로서 쌓아온 노하우와 직장인으로서 지녀할 기본적인 소양 등 모두를 전하여 주고 싶다.

   그리하여 네가 대학을 졸업한 후에 한국이나, 해외 어디서 일하던 간에, 설계, 시공이나 아니면 발주 등 어느 분야에서 일하던 간에 성공하는 토목기술자로서 너의 모습을 지켜 볼 수 있게 되면 나는 더 바랄 나위가 없겠구나.

   하지만 최종적인 판단은 너에게 맡기마. 이는 단지 아빠의 생각일 뿐이고 너의 길은 어차피 네가 가야 하니 현명한 태현이가 잘 알아서 결정한다면 어떤 전공이라도 이 아빠는 존중하고 네가 가는 길이 꼭 성공하도록 기도하련다.

 그럼 추운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고 열심히 공부하길 바라며 이만 줄인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태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