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건설인의 길에

가드레일의 진실

인해촌장 엄재석 2010. 7. 16. 07:17

 

[편집자에게] 부실한 가드레일 참사 언제까지

  •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 교수

입력 : 2010.07.06 23:02

2010년 7월 3일은 대한민국의 교통사고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다. 인천 영종도 인천대교 요금소 인근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 사고는 처참 그 자체였다.

최초의 잘못은 고장 난 마티즈 차량 운전자가 다른 차량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안전조치를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다음은 버스기사의 운전 부주의다. 특히 스키드 마크가 100m가 나왔다는 얘기로 미루어 볼 때, 상당한 과속을 했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전방의 유고 상황을 미처 피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가장 큰 잘못은 도로의 안전시설물에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사실 그동안 후진국형 대형 추락사고의 주범은 바로 '형식적인 가드레일'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 사고 현장의 가드레일 지주가 뿌리째 뽑혀 나간 사진을 보면, 기둥이 부실하게 시공된 것으로 의심된다.

그리고 교량에 접속된 부분이기에 진동을 고려해서라도 콘크리트나 철재로 매설보강구조를 갖추어야 하는 지역임에 분명하다. 장마철에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무를 대로 무른 지반 위에 세워진 가드레일은 겉모양만 가드레일이지 실제로는 툭 치면 뒤로 자빠지는 허수아비와 진배없다. 가드레일 사고가 전체 대형교통사고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교통사고는 인적 요인, 도로·환경적 요인, 차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마티즈 차량의 정비불량 및 유고 후 안전조치 미이행, 버스 운전자의 잘못, 승객들의 안전띠 착용 여부, 폐쇄회로 TV의 역할 부재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시공자와 공공기관의 책임을 가장 무겁게 물어야 할 것이다. 운전자의 실수나 위험한 행동도 포용하고 용서해 줄 수 있는 안전도로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가드레일이 방호 울타리 기능을 못하고 맥없이 무너지는 무용지물이라면, 이런 사고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인천대교 참사를 계기로 도로 안전시설물, 그중에도 특히 가드레일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하여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


<긴급진단>공사비용 줄이려다 사회비용 더 키운다
 
기사입력 2010-07-08 24:59:14  l  
폰트 확대 축소 프린트 리스트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어야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를 두고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가드레일’설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드레일은 강도가 SB(Safety Barrior) 1등급부터 7등급으로 나눈다. 사고 지점의 가드레일은 3등급이다. 하지만 이번 버스 추락사고는 이 보다 더 센 강도가 설치됐어야 했다는 것을 결과론적으로 보여준다. 안전장치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최악의 상황까지를 고려해 설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건설사업에서 공사비 절감을 위해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가 외면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당장의 비용절감을 좇다가 더 큰 사회비용을 키우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7일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이번 추락사고 지점에는 국토해양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상 3등급 가드레일이 설치됐다. 3등급의 충격도는 130kJ. 비탈 경사 없이 일직선으로 뚫린 평탄한 지점에 대개 설치되는 제품이다. 그러나 사고지점은 비탈 경사가 급한 것은 물론, 대당 10t가 넘는 버스들이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지점이었다. 적어도 5~6등급(충격도는 230kJ~420kJ) 가드레일이 설치됐어야 한다는 게 합동조사단의 결론이다.

 가드레일업계에서는 ‘곪을 대로 곪은 게 아주 제대로 터졌다’는 입장이다.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지 않았을 뿐, 유사한 사고가 꾸준히 발생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작년 12월에는 경주시 남사재 부근서 관광버스가 노측 가드레일과 충돌, 이를 버티지 못하고 추락해 18명이 사망했다. 올 3월에도 강원도 삼척시 부근서 시외버스가 가드레일을 뚫고 추락해 6명이 사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드레일 생산업체 관계자는 “이번 추락사고의 경우 승객만 40여 명을 태운 버스가 노측 가드레일 쪽으로 60도 방향으로 돌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 충격이라면 6등급 이상 가드레일도 견뎌내기 힘든데 3등급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발주처 및 설계업체가 정확한 도로 지형, 통행 차량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3등급으로 다운그레이드(Down-Grade)한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등급이 높을수록 가드레일은 충격을 잘 견딘다. 그만큼 제조원가 상승으로 판매가격도 올라간다. 가드레일업계서는 등급을 한 단계 높일수록 제조원가는 10~20% 상승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발주처가 판매가격 인상분을 그대로 수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국가드레일생산자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인천대교 추락사고를 비롯한 대부분 가드레일 사고는 정확한 실사를 바탕으로 국토부 지침에 맞는 제품을 설치하면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드레일 관련 설치기준을 현재보다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3등급보다 5ㆍ6등급 제품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토부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마련, 시행한 것은 2003년부터다. 즉 이전에 설치된 가드레인은 성능 검증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번 추락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가 언제 또 발생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가드레일 성능실험은 교통안전공단과 한국도로공사의 도로교통기술원이 공동 담당해 크게 ‘강도’와 ‘탑승자 보호’를 평가한다. 업계 주장처럼 5ㆍ6등급 가드레일이 늘어나면 강도는 세지겠지만 탑승자 보호에는 취약하게 된다고 말한다. 즉 비용은 그 다음이라는 소리다. 국토부 첨단도로환경과 관계자는 “가드레일은 충격을 완화해 탑승자를 안전하게 지키는 역할을 하는데 무조건적으로 강도를 높일 수 없다”며 “도로 상황에 맞는 정확한 기준의 가드레인 설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석한기자 jobize@


데스크칼럼]인천대교 참사 가드레일만의 문제인가?
 
기사입력 2010-07-08 07:19:12  l  
폰트 확대 축소 프린트 리스트
 

전병수 대기자(大記者)

 인천대교 관광버스 추락사고로 나라가 시끄럽다. 사상자만 해도 24명에 달하는 대형사고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고원인을 두고 여러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았다,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았다, 가드레일이 튼튼하지 않았다’는 분석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사고원인이 가드레일의 부실시공에 있는 것처럼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고의 원인은 전문기관 등의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원인이 가드레일의 부실에 있는지, 운전자의 안전수칙 미준수에 있는지, 아니면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꼬여 사고가 발생했는지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조사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마치 가드레일에 문제가 있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가드레일이 부실하게 시공됐는지 여부는 그 때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설사 가드레일이 부실하게 시공됐다 하더라도 이를 입증한 후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가드레일은 차량방호 안전시설로 방호울타리중의 하나다. 방호울타리는 주행중인 차량이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나 길 밖이나 반대차로, 또는 보도 등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탑승자의 상해 및 차량의 파손을 최소화하고 차량을 정상 진행방향으로 복귀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또 운전자의 시선을 유도하고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억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가드레일은 연결된 파형(波形) 단면의 보를 지주로 받친 구조로 돼있다. 적당한 크기의 강성과 인성을 가지고 있어 차량이 충돌했을 때 소성변형(塑性變形)은 크지만 그만큼 차량에 가해지는 충격은 덜하다. 가드레일이 변형되면서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가드레일은 곡선반경이 작은 구간이나 시선유도가 필요한 장소에 설치한다. 또 적설지방이나 설치 폭을 넓게 할 수 없는 장소, 내식성이 필요한 곳 등에도 적합하다. 차량이 길 밖으로 이탈하는 것을 억제하는데 우선 목적이 있는 장소에는 콘크리트 일체형 구조물인 강성 방호울타리를 설치한다. 방호울타리의 적용등급은 7가지다. 예를 들면 저속구간은 SB1, 일반도로 구간은 SB2, 고속 일반구간 SB3 등을 적용한다.

 차량이 길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호울타리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강도만을 높여 설계할 경우 문제점도 나타난다. 소형차와 대형차가 같은 속도로 달리다 강성 방호울타리에 충돌했을 경우 받는 충격은 소형차가 훨씬 크다. 대형차에 비해 충격흡수가 적기 때문이다. 탑승자의 안전성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방호울타리는 도로상황과 교통량 등을 고려해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천대교 사고현장의 가드레일 조사도 이런 관점들이 반영돼야 한다. 설치된 가드레일이 현지 도로사정에 적합한 것인지, 또 지침에 따라 적정하게 시공됐는지, 설계된 가드레일로는 애초부터 버스의 추락을 막을 수 없었는지 등 여러가지 사항을  면밀하게 분석해 판단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연간 21만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사망자 수는 6000여명에 달한다. 이로인해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사고는 가드레일 하나만 튼튼하게 설치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전한 도로시설과 운전자의 안전의식, 고도의 도로관리시스템 등이 조화를 이뤄야만 사고방지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