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자작 수필

최저가낙찰제의 폐해 및 개선 방향---3

인해촌장 엄재석 2011. 5. 11. 00:00

Ⅳ. 공공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낙찰제의 폐해 및 문제점

1. 경제학적 측면에서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

◆ 실질적인 예산절감효과의 불확실
최저가낙찰제의 가장 큰 장점으로서 제기되고 있는 예산절감에 대해서 그 실질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건설업체에서는 우선 덤핑으로 수주한 이후, 설계변경 등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려는 경향이 존재하며, 따라서 단순히 낙찰가격을 낮춘 것만으로 정부예산절감 효과를 판단하기는 곤란하다.
유지보수를 포함한 총 생애주기비용(Life Cycle Cost) 측면에서 볼 때 최저가낙찰제의 경우 부실시공 증가에 따라 추가비용이 발생하면서 불리할 가능성도 높다.
공공투자의 효율성은 단순히 건설비용 뿐만 아니라 하자보수나 성능의 조기 저하에 따른 수선비용 등 총 생애주기비용을 낮출 수 있는가에 대해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며, 원칙적으로 낙찰률의 높낮이만으로 예산절감 효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또한, 예산절감의 실질적인 효과는 정부의 지불 비용과 함께 이로 인해 얻어지는 편익까지 함께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최저가낙찰제가 건설산업계의 문제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발주자의 피해로 나타나는 부메랑 현상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저가낙찰제에서 최고가치(Best Value) 낙찰제도로 전환한 선진국의 경험을 참조할 때, 최저가낙찰제가 예산절감의 해법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영국도 과거에 최저가낙찰제를 국고 절감의 해법으로 인식하고 널리 활용하던 시기가 있었으나, 그 결과는 발주자의 불만족, 발주자와 건설업계간의 적대적 관계 심화, 건설산업의 경쟁력 약화, 산재 및 부실공사 급증, 실패 비용(Failure Cost)의 증가, 공공 건설사업의 목표달성 실패 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값비싼 실패의 대가를 경험적으로 치루고 나서야 공공조달의 혁신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최저가낙찰제가 폐기되었는데, 영국의 사례를 보면 최저가낙찰제가 결과적으로 국고 절감의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 건설업 내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문제 해결 곤란
최저가낙찰제는 ‘가격’을 통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로서, 계약이론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입찰자가 동일한 시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이 필요하고, 또한 발주와 입찰자간에 대칭 정보(Symmetric Information)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입찰자가 동일한 시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은 매우 극단적이다. 이는 입찰자들이 모두 상이한 시공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고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역시 수익극대화 전략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입찰자들의 실제 시공능력은 모두 다르다는 결론이 얻어져야 한다.
또한 입찰 시장은 대칭 정보(Symmetric Information)보다는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하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
대칭 정보란 모든 입찰자가 자신들의 시공능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자발적으로(Voluntarily) 발주자에게 전부 제공할 때 실현 가능한데, 실제 자사에 불리한 정보를 진실하게(Truthfully) 밝히는 입찰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비대칭 정보 문제를 해소키 위해서는 스크리닝(Screening)의 역할이 필요하다.
현행 최저가낙찰제에서는 사전자격심사(PQ)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최저가 입찰에 평균 5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스크리닝 기능을 거의 상실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의 최저가낙찰제는 입찰자가 동일한 시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가격’만을 가지고 낙찰자를 선별한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입찰제도 측면에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 전략적 저가투찰(Strategic Lower Bidding) : 덤핑(Dumping) 입찰 만연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덤핑 입찰은 필연적 귀결이다. 즉, 발주자가 수요를 독점한 상황에서 입찰자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각자의 노력을 펼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략적인 저가투찰이 나타난다.
이는 입찰 성공을 위해 입찰가를 낮추는 것이 각 입찰자에게 우월 전략(Dominant Strategy)이 되기 때문인데, 이는 경쟁자가 적정가 투찰을 하게 되면 자신은 그보다 투찰가를 낮춰야만 수주에 유리할 수 있고, 반대로 경쟁자가 투찰가를 낮추게 되면 자신은 수주를 위해 더욱 투찰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결국, 모든 입찰자들의 전략적 저가투찰들에 의해 역설적인 우월전략균형(Dominant Strategy Equilibrium)이 달성된다.
역설적 우월전략균형(Dominant Strategy Equilibrium)은 건설업에 존재하는 고정비용과 시장 진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건설시장 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수요 독점 상황에서 수주를 위해 과당경쟁이 벌어질 때 입찰자들은 고정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비용극소화 전략에 부합하고, 비용이 극소화 되었을 때 단기적으로 수익극대화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시장에서 나타나는 우월전략균형(Dominant Strategy Equilibrium) 상태는 시장참가자들 스스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입찰시장 내 이러한 비정상적 우월전략균형(Dominant Strategy Equilibrium)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덤핑 입찰이 일반화되고, 건설업내 적자 경영이 만성화되며, 결국 건설기업들이 도산하는 것이다.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상황 초래
이론적으로 최저가낙찰제는 입찰 시장이 실제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하에 있음을 무시하고 대칭 정보(Symmetric Information)를 상정하고 있으므로 그 합리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즉,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하에서 꼭 필요한 스크리닝(Screening)을 사실상 포기하고 모든 입찰자들의 능력이 동일하다고 가정한 다음, 주로 투찰가격에 의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므로, 낙찰자가 보유하고 있을 실제 시공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입찰자 시공능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주자는 모든 입찰자가 동일하게 어떤 평균치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므로 입찰자에 대한 질적 평가는 배제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품질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그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클 때 나타나는 필연적 폐해가 시장실패(Market Failure)이다. 이는 시장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 공공공사의 입찰 시장 내에는 시공능력이 평균 이상인 입찰자와 평균 이하인 입찰자들이 혼재해 있고, 입찰자들의 시공능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주자가 각 입찰자의 시공 능력을 판별키 위해 노력하는 대신 입찰자들 모두가 동일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한다면 결과적으로 시장 실패가 나타날 수 있다.
즉, 평균 이상의 시공능력을 보유한 우량기업들은 언제나 평균치 시공 능력만을 인정받게 되므로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어진다.
반대로 평균 이하의 시공능력을 보유한 한계기업들은 무조건 평균치 시공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역시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어진다.
문제의 핵심은 최저가낙찰제가 기술적 우위에 있는 우량기업엔 불리하고, 기술적 열위에 있는 한계기업엔 상대적으로 유리해 건설업체들 간에 건전한 기술개발 경쟁을 독려하기보다는 경쟁적으로 기술개발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량 기업들은 결국 건설업 시장을 탈퇴하거나 설령 탈퇴하지 않더라도 비용최소화를 위해 기술개발 및 시공능력 향상 등을 포기하게 되고, 점차 한계기업으로 변해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유망 기업은 건설업 진출을 회피할 것이므로 결국 건설업 내 우량 기업들은 점차 사라지고 한계기업만 남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이로써 건설업의 부가가치 하락을 가져오게 된다.
건설업내 만성적 적자 경영, 한계기업들에 의한 부실 공사 논란 등은 이미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건설산업 기반의 붕괴 초래 - 정부의 친서민/상생/공정사회 정책방향에 역행

◆ 최저가낙찰제 현장에서 건설근로자의 산재사고 급증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입찰자가 수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투찰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는데, 이때 노무비를 삭감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노무비를 삭감해 저가 낙찰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현장의 산업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첫째, 노무비 삭감이 작업팀 축소, 무리한 공기단축, 불법 재하도급을 거쳐 노동강도 강화, 근로조건 악화, 안전관리 능력 부족 등으로 이어져 산업안전을 위협한다.
둘째,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삭감으로 산재예방 활동이 위축되면서 안전관리자 부족, 안전교육 미흡, 안전보호구 미흡 등으로 이어져 산업안전을 위협한다.
한편, 2010년도 전체 취업자 중 건설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4%인 데 비해, 건설업 재해자의 비중은 22.8%이고, 건설업사망자의 비중은 약 27.5%를 차지한다.
건설현장의 산재 다발은 사회적 가치인 친서민·공정·상생 등에 위배됨은 물론, 나아가 ‘산재 다발 국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켜 국격을 실추시킨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09년도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의 자료에 의하면 건설업의 산재다발 사업장(재해율 상위 10%) 중 대다수가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된 공사로 나타나 높은 재해율과 낮은 낙찰률 간의 상관관계를 짐작케 한다.
한편, 2009년 공표 자료에 의하면, 공사현장의 평균 재해율은 규모에 따라 0.08~0.2%인데 비해, 산재 다발(재해율 상위 10%) 건설현장의 재해율은 3.15%로 나타났다.
특히, 산재 다발 사업장 가운데서도 ‘적격심사’로 발주된 공사의 재해율은 2.41%인데 비해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된 공사의 재해율은 평균 3.25%로 훨씬 더 높다.
◆ 적자시공 불가피 -> 부실공사 및 사회적 약자 피해 우려
공공건설공사는 정부 예산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사 입찰에서 가격 경쟁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려는 시도는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최저가낙찰제로 시행된 대부분의 공사 입찰에서 원가를 밑도는 저가 수주가 이루어져, 적자 시공이 일반화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최저가대상공사의 낙찰률은 2008년에 72% 수준으로서 여전히 직접 공사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의 낙찰률은 2006년 5월에 저가심의제가 도입되면서 다소 상승하기 시작했으나, 최근 실적공사비 도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여전히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된 공공건설현장 3개소의 낙찰금액대비 실행률은 평균 109%로 나타나 적자 운영 상태로 나타난 바 있다.
대한건설협회에서 조사한 최저가낙찰제 집행공사의 수익성 분석자료(2007년)에 의하면, 최저가낙찰제 공사는 대부분 실행금액이 낙찰금액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공사수주 시점부터 적자시공을 각오하고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분석대상공사 54건 중 77.8%에 해당하는 44건의 예상실행원가율이 평균 113%로 나타나 13%의 적자시공을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 하도급금액이 원도급금액을 초과해 원도급자의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 효과로 인해 중소건설업체의 수익성 저하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적으로 덤핑 방지를 위한 저가심의제도 등 제도적 기반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적용될 경우, 무리한 저가 낙찰에 따라 실행원가가 낮아지면서, 그 손실이 하도급업체나 장비업체, 자재납품업체 등에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공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편법·위법·탈법행위가 늘어나고, 저가 하도급이 증가하면서 부실공사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시설물 안전에도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로 인해 저가 낙찰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공기 단축이 시도되거나, 불법체류자 투입이 확대되면서 공사 품질이 저하될 것이다.
덤핑에 의한 저가 공사를 수주하는 업체는 한계기업인 경우도 많으며, 이러한 부실 업체가 성실 시공을 행할 가능성은 낮다.
과도한 저가낙찰은 원·하수급자의 상생 보다는 갈등을 유발하고, 공사비 부족은 직접시공보다는 하도급을 선호하도록 해 시공능력 저하 및 건설업체의 부실화를 초래하며, 숙련인력의 이탈 및 젊은 층의 현장기피 현상은 기능인력의 고령화를 부추겨 결국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자체를 불투명하게 한다.
◆ 일자리 창출에 역행 : 노무비 부족에 따른 내국인 일자리 감소
저가 낙찰이 이루어진 경우 우선 노무비 삭감이 고려되는데, 건설현장에서 노무비가 부족한 경우 이를 만회하는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작업팀을 감축, 예컨대 통상 10명인 작업팀을 7~8명으로 축소한다.
둘째, 저임금근로자를 투입하는데, 고임금의 A급 대신 중·저임금의 B급을 투입한다.
셋째, 고임금의 내국인력 대신 저임금의 외국인력으로 대체한다.
이 세 가지 방식 중 내국인의 일자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응 방식은 작업팀 구성원의 감축과 외국인력에 의한 내국인 대체이다.
대체로 낙찰률이 80% 이상인 현장에서는 정상적으로 작업팀을 운용하는데 비해, 낙찰률이 낮아질수록 작업팀 감축과 외국인력으로의 대체가 크게 나타난다.
실제 건설현장의 외국인근로자 사용 실태를 보면, 최저가낙찰제 현장에서 외국인근로자를 활용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공사 수주액으로 보면, 최저가낙찰제 공사는 전체 발주공사의 40% 수준이나, 2009년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77.6%가 최저가낙찰제 현장에 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가낙찰제 공사에서 저가 낙찰에 의해 상실된 내국인 일자리규모는 2007년 9만 5,040명, 2008년 3만 5,451명, 2009년 3만 6,302명 수준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