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자작 수필

최저가낙찰제의 폐해 및 개선 방향----5

인해촌장 엄재석 2011. 5. 16. 00:00

Ⅵ. 결론 및 최저가낙찰제의 향후 운용 방향

1. 결론 : 최저가낙찰제의 확대 적용을 유보하고,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보다 기술경쟁 확대 필요

원칙적으로 국가예산으로 집행하는 공공건설 공사의 입찰에서 가격에 의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공공시장에 존재하는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하에서 꼭 필요한 스크리닝(Screening)을 사실상 포기한 채 모든 입찰자들의 기술능력이 동일하다고 가정한 다음, 투찰 가격에 의해서만 낙찰자를 결정할 경우, 입찰자에 대한 질적 평가가 배제되면서 발주자로서는 결과적으로 부적격한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저가낙찰제도 하에서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기술력이 없는 업체가 전략적인 저가 투찰을 통해 수주해 연명하고, 또 다른 부실한 업체가 순차적으로 저가 수주함으로써 기술력이 있고 우량한 업체는 수주를 못해 우선적으로 퇴출되는 역설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시장실패로 나타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최저가 입찰에 평균 5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 적용시 100~300억원 규모의 최저가입찰에서는 150여개사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발주기관에서 주관적 심의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고, 저가심의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고, 결과적으로 낙찰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로 인해 정부에서는 일정부분 예산을 절감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입찰자간 과당·출혈경쟁으로 인해 예상되는 현실적 폐해가 중소업체에까지 확대되면서 더 큰 사회적 문제점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무리한 저가 낙찰에 따른 납품업체, 장비임대업체, 하도급업체 등에 연쇄적 기업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편법·위법·탈법행위 증가로 공공시설물 생산의 사회적 비용 증대가 초래된다.
또한 저가 하도급이 늘어나면서 부실시공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시설물 안전에 대한 위협요인이 증가된다.
아울러 건설근로자에 대한 저임금 구조의 고착화와 기술인력의 산업 이탈 및 외국인 근로자 대체 가속화가 초래되고,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국내 건설상품의 품질과 성능 향상을 원하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특히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될 경우, 그 피해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원도급자보다는 하도급자, 수도권 소재기업보다는 지방소재기업의 수익성이 더 악화되고, 피해도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건설경기 침체로 대·중소기업간,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100~300억원 규모의 공공공사는 주로 중소건설업체의 수주 영역이었으나, 최저가낙찰제가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면, 저가사유서 등의 작성이 용이한 대형 업체의 수주가 확대되면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높다.
더구나 최근 공공공사의 수주환경이 극히 좋지 않은 가운데,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적용될 경우, 건설업체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시공능력 100위 건설업체 가운데 30여개사가 법정관리 혹은 워크아웃 상태에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2011년 건설공사 수주 전망을 보면, 공공부문의 토목공사는 전년대비 15.9% 감소한 34.8조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민간 부문에서도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주택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민간투자사업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신규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는 가격경쟁보다 기술경쟁을 중시하고 있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가격 위주의 입찰제도는 국내 건설업체의 기술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이는 우리나라 건설업의 국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리고 국내의 가격경쟁시스템에 익숙해질 경우, 해외의 기술경쟁 위주의 입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공공사 입찰에서는 건설산업 내에서 기술력있는 업체를 우대하고, 옥석(玉石)을 가리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격만을 가지고 경쟁을 유도하는 최저가낙찰제는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며, 선진국에서와 같이 가격과 기술력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입·낙찰제도가 요구된다.
특히 최저가낙찰제의 적용 대상을 지방중소기업의 수주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100억원 규모까지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최저가낙찰제의 향후 운용 방향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가격경쟁보다도 기술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공사발주 및 입·낙찰 제도를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시장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공공공사 입·낙찰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특히 발주자 측에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입찰자의 계약이행능력이나 기술력 평가를 강화하는 등 보다 우수한 입찰자를 선별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한편, 최저가낙찰제를 운영함에 있어 ‘가격’에만 의존해 낙찰자를 결정하려면, 원칙적으로 입찰자간 기술력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단계 입찰(Two-step Bidding)을 통해 기술력과 계약이행능력을 평가해 1단계에서 최적격업체를 선별한 후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현행 최저가 제도 하에서 ‘가격’ 이외에 ‘저가심사’ 기능을 강화해 실질적인 원가절감이 가능한 입찰자를 우대할 수 있도록 입찰 제도를 구상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공사원가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고, 저가심의의 전문성과 질적 향상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근본적으로 일정규모 이상 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경직적인 규제이며, 공사 특성에 따라 다양한 입·낙찰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특정 금액을 기준으로 특정한 입·낙찰 방식을 강제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발주자의 판단하에 프로젝트 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적합한 입·낙찰 방식을 선별해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300억 미만 공사에서는 지방중소업체의 참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적격심사낙찰제를 적용해 최소한의 공사원가를 보장하되, 계약이행능력과 가격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는 적격심사제와 최저가낙찰제, 기술제안입찰, 턴키, 대안입찰, 브릿징(Bridging) 방식, 2단계 입찰(Two-step Bidding), CM at Risk방식, 협상에 의한 방식(Contracting by Negotiation), 인센티브방식 등 다양한 입·낙찰방식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주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단순한 시공기술이 적용되는 대형 공사를 중심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입찰자의 기술력을 밀도있게 검증하는 체계를 갖춘 후, 저가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