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건설기술(토목)분야에서 열정적인 삶을 이어 오시는 엄재석 회원님의 1995년 작품, 편지형식의 수필 ‘C군에게’ 를 소개합니다. 현재에도 젊은 공학도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글이 되리라 자부합니다. ♣
■ C군에게 보내는 편지 / 1995년 작품 ■
■ C군에게 보내는 편지 / 1995년 작품 ■
엄 재 석 / 한국문협 인니지부회원
서울 지하철 7-22 건설현장에는 7월의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구나.
여름방학에 실습을 하느라 폭염의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을 C군의 모습을 생각하며 펜을 들어본다. 짧은 실습기간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 할 수 없었던 건설회사란 조직에서 일하면서 배워야 하는 시간이 되리라. 어차피 그대, 청년들이 졸업 후에 몸담아야 할 터전이기에 강의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많이 쌓길 바란다. 그대들이 땀 흘리고 있는 이 시간에도 나는 2학기에 강의할 단원인 터널공, 댐공사, 교량공에 대한 자료준비를 위해 틈틈이 짬을 내고 있다. 특히 댐 부분은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분야인지라 더 많은 조사와 준비가 필요하겠지. 지난 학기 동안에 회사와 대학 출강의 병행으로 아빠와의 시간이 아쉬웠던 아이들과의 여름 휴가를 조금 줄이더라도......
지난 2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다.
지난 2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다.
충남에 있는 대학교의 토목과 교수님으로 부터 토목시공학 강의를 해달라는 뜻하지 않은 제의가 있었단다. 물론 시공기술사 시험을 위해 몇 년간 공부했지만, 지난 15년간 국내외 현장으로만 뛰어다닌 내가 학생들 앞에서 강의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단다. 하지만 거듭된 교수님의 요청에 결국 동의하였는데, 이는 첫째로 나의 대학시절에 교단에만 계신 교수님이 시공학을 강의하셨는데 이 과목만은 현장경험이 있는 분이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둘째로는 그 동안에 내가 겪었던 현장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사 시험을 위해 공부한 이론을 접목시켜 내 자신의 토목시공학을 정립하여 보자는 치기가 작용하였단다. 거기에다 차세대 후배들이 간접 경험이라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어 보자는 심정으로 출강에 동의하였다. 하여간 그대 학교의 인연은 건설 인인 나의 삶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이벤트란다.
꽃샘 추위가 한참이던 지난 3월 초순이었지. 떨리는 심정을 안고 그대들 앞에 처음으로 섰을 때 기온마저 영하로 내려가 더욱 떨게 했던 날, 나의 첫 강의가 있었다. 타고난 눌변에다 건설현장에서만 일해 온 나로서 자신의 지식을 말로 표현하는데 많은 부족을 느끼며 첫 강의를 끝냈단다. 강의를 위한 준비는 나름대로 했지만 막상 학생들 앞에 서고 보니 초보 강사의 한계로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끝냈구나.
하나, 첫 강의의 아쉬움을 딛고 각 단원에서 강의 주제에 알맞은 실무경험을 곁들이며 1학기 강의를 진행하였다. 공정관리 시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도로현장에서 측량실수로 기초파일을 잘못 설치했던 일과 방글라데시 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도수로 구조물이 시공 중 붕괴된 사고를 예로 들려 주었었지. 토공시간에는 보다 완벽한 절토사면의 조성을 위하여 경부고속도로 확장공사 담당자의 경험담을 예로 들었단다. 발파 및 터널 단원에서는 현재 몸담고 있는 지하철 현장의 각종 발파공법을 예로 들며 현장감 있게 강의했는데 너희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였는지 궁금하구나. 하지만 아무래도 본업이 교육자가 아니고 토목현장의 기술자라는 한계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리라.
나로서는 본연의 업무인 현장 일을 소홀이 할 수 없기에 업무시간이 종료된 후에 늦게까지 남아 일하여야 했고 강의로 인한 부족한 근무일수를 채우기 위해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했단다. 그래도 대부분 건설현장의 종사원에게 넥타이는 무용지물이지만 그대들 덕분에 일주일에 하루는 넥타이를 매고 출근할 수 있었고 회사의 직급으로 불려지던 나의 호칭이 교수라고 불려 질 때는 야릇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지. 무엇보다 강의가 끝났을 때 몰랐던 지식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는 그대들의 얼굴에서 나는 작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단다.
C군! 강의시간에 누누이 강조했던 것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꽃샘 추위가 한참이던 지난 3월 초순이었지. 떨리는 심정을 안고 그대들 앞에 처음으로 섰을 때 기온마저 영하로 내려가 더욱 떨게 했던 날, 나의 첫 강의가 있었다. 타고난 눌변에다 건설현장에서만 일해 온 나로서 자신의 지식을 말로 표현하는데 많은 부족을 느끼며 첫 강의를 끝냈단다. 강의를 위한 준비는 나름대로 했지만 막상 학생들 앞에 서고 보니 초보 강사의 한계로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끝냈구나.
하나, 첫 강의의 아쉬움을 딛고 각 단원에서 강의 주제에 알맞은 실무경험을 곁들이며 1학기 강의를 진행하였다. 공정관리 시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도로현장에서 측량실수로 기초파일을 잘못 설치했던 일과 방글라데시 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도수로 구조물이 시공 중 붕괴된 사고를 예로 들려 주었었지. 토공시간에는 보다 완벽한 절토사면의 조성을 위하여 경부고속도로 확장공사 담당자의 경험담을 예로 들었단다. 발파 및 터널 단원에서는 현재 몸담고 있는 지하철 현장의 각종 발파공법을 예로 들며 현장감 있게 강의했는데 너희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였는지 궁금하구나. 하지만 아무래도 본업이 교육자가 아니고 토목현장의 기술자라는 한계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리라.
나로서는 본연의 업무인 현장 일을 소홀이 할 수 없기에 업무시간이 종료된 후에 늦게까지 남아 일하여야 했고 강의로 인한 부족한 근무일수를 채우기 위해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했단다. 그래도 대부분 건설현장의 종사원에게 넥타이는 무용지물이지만 그대들 덕분에 일주일에 하루는 넥타이를 매고 출근할 수 있었고 회사의 직급으로 불려지던 나의 호칭이 교수라고 불려 질 때는 야릇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지. 무엇보다 강의가 끝났을 때 몰랐던 지식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는 그대들의 얼굴에서 나는 작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단다.
C군! 강의시간에 누누이 강조했던 것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발 그대들의 시대에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폭발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건설관련 대형사고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졸업 후에 설계, 감리, 시공 어느 분야에서 일하던 간에 눈 앞의 이익을 떠나 안전을 우선하는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 한 톨의 토공사(土工事)와 콘크리트공사에도 자신의 혼을 심는 장인정신으로 품질을 관리하길 바란다.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 공학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공법을 선정하고 원가를 산출해야 한다. 부정과 비리가 없는 건설문화 조성에 앞장서야 하며 무리한 공기단축을 지양하여 적정한 기간에 완공시켜야 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피치 못할 실수에 대하여는 떳떳이 책임지는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그대
들의 현장에서는 안전사고와 부실공사로 인하여 더 이상 건설 인들이 조소와 지탄을 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기가 쉽지 않고 그대들 보다는 현업에 있는 기성세대의 성찰과 반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간에 오랜 관행을 깨기 쉽지 않기에 차세대 후배들의 새로운 풍토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여 본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 일에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되고 어떤 분야이던 기술자가 대우받고 존경 받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에는 그대들이 전공으로 토목을 선택한 것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것을 확신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
들의 현장에서는 안전사고와 부실공사로 인하여 더 이상 건설 인들이 조소와 지탄을 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기가 쉽지 않고 그대들 보다는 현업에 있는 기성세대의 성찰과 반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간에 오랜 관행을 깨기 쉽지 않기에 차세대 후배들의 새로운 풍토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여 본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 일에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되고 어떤 분야이던 기술자가 대우받고 존경 받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에는 그대들이 전공으로 토목을 선택한 것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것을 확신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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