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도시에서 삶

나의 건배사

인해촌장 엄재석 2010. 7. 2. 13:01


[Weekly BIZ]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골프장서 들은 건배사는 그만!

김미경 원장

나만 할 수 있는 말을 하라그리고 외쳐라 "위하여~"

CEO는 물론, 누구나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스탠딩 스피치 중 하나가 바로 술자리에서의 건배사이다.

건배사를 할 때는 먼저 '인터넷 쓰레기통'에서 재활용한 건배사부터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 회식 자리에 가보면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같은 축약한 말들을 많이 쓴다.

게다가 이 얘기조차 못 외워 수첩을 뒤적이거나 휴대폰에 저장된 것을 읽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골프장에서 주워들은 말,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얘기로는 아무리 해도 품격 있는 건배사를 할 수 없다. 건배사의 핵심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한 지인이 얼마 전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금융회사 임원을 지낸 그는 젊었을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오랫동안 창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은퇴하자마자 멋진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을 차렸다. 개업식 때 지인들이 여러 명 찾아왔는데 그의 대학 동창이 건배사를 부탁받았다. 10분 뒤 건배사가 시작됐다.

"저는 제 친구 ○○가 이렇게 멋진 일을 저지를지 몰랐습니다. 얼마 전 영화 '뉴욕의 가을'에서 직장 생활에 지친 리처드 기어가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장면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그걸 제 친구가 했네요. 친구를 통해 대리 만족하는 기쁨이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친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가 '부럽다!' 하면 다 함께 '친구야!'를 외쳐 주십시오."

레스토랑 사장은 물론 모두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건배사의 성패는 나만 할 수 있는 얘기인가 아닌가에 달렸다. 정말 마음속 깊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살짝 풀어놓고 마지막에 그걸 축약한 구호를 외치면 된다. 이렇게 '나만의 건배사'를 만들면 사람들의 달라진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저녁에 우리 회사 회식이 있다.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반기에
우리 회사는 나름대로 수주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자축하기 위하여 전 직원들이 함께 한다.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건배제의를 시키는 것이
내가 만든 술자리 문화이다.
항상 1분 멘트를 하고 건배를 제의하는데
오늘 나는 어찌 할 것인가...고민하여 본다.

"어려운 건설경기 속에서 당사는 상반기에 영업 목표를 달성하였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임직원 모두가 마음을 합하여 노력한 결과인데
상반기의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하반기에 더욱  노력하길 기대합니다.
이를 위하여 임원은 수주영업에 직원은 원가관리에 혼신을 다하여야
우리의 목표인 1등급 00건설을 위하여 함께 뜁시다.
제가 "임원은" 하면 "수주영업"
"직원은" 하면 "원가관리"
"1등급 한양건설을 위하여" 하면
"위하여 , 위하여, 위하여" 삼창을 부탁합니다."---개인적인 희망사항임
즐거운 회식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