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부모님과 고향

"가마솥의 슬픔"의 서평

인해촌장 엄재석 2010. 7. 20. 07:39

오늘 조찬 강연
감사히 경청했습니다
좋은 시를 쓰고픈 마음에 만들어 본
저의 졸작 "가마솥의 슬픔"을 품평바랍니다
아울러 즐거운 오후가 되시길
 
엄재석 배
 
고향 집 뒤 안뜰에는
어릴 적부터
그을음에 더덕진
가마솥이 걸려 있다

밤하늘의 이슬에
하염없이 녹만 슬어서
칠순의
어머니 손등처럼
낡아진 가마솥

지난 추석에는
순두부를 만들다가 
어이없이 실족하여
목발까지 하신 어머니와
그의 오랜 친구인
무쇠 가마솥

반평생을 함께 한
사랑하는 님의 아픔에
가슴 저렸을
뒤안 뜰 가마솥

언제인가
고운 님 떠나면
홀로 남아 울어야 할
뒤안 뜰 가마솥의 
그 슬픔을

누가 아시나요?

 

 

상무님께서는 

시 쓰기에 상당한 내공이 있으시군요.

오랫동안 써 오셨던 듯 보입니다.


참 훌륭하십니다.

몇 가지 문제만 보완하신다면

좋은 작품이 될 듯합니다.

 

첫째, '고향 집 뒤 안뜰에는'과 같은 시구에서는 '에는'이라는 조사를 사용하면 시가 아닌 산문의 느낌을 주게 됩니다.

그냥 '고향 집 뒤뜰'이라고 하셔도 됩니다. 오히려 시의 긴장을 주게 되어 좋은 느낌을 줍니다. 또 하나. 여기에는 가마솥이 ‘고향 집 뒤 안뜰’에 있다가 4행에 가면 ‘뒤안 뜰’에 있습니다. 말하자면 ‘안뜰’과 ‘뒤안’으로 읽히게 됩니다. 이런 착오는 띄어쓰기의 잘못 때문이겠지요. 시를 쓸 때 문법적 오류는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해석이 달라지니까요. 안뜰은 집 안에 있는 뜰이고, 뒤뜰은 집 뒤에 있는 뜰입니다. 그러니 상무님께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뒤뜰이겠지요?



둘째, '어릴 적'이라는 단어보다는 구체성을 띤 단어가 좋습니다. 예를 들어 '30년(혹은 40년)을 그을음에 쌓인 가마솥이 있다'는 식의 표현은 어떨까요? 요즘은 시에도 명확성을 매우 중요시하게 여깁니다. 예전에는 '들판의 풀'이라고 표현했을 것도 풀의 이름을 나열하곤 하지요.


셋째, '밤하늘 이슬'은 '밤이슬'이라고 해도 됩니다. ^.^

이 부분 '어머니 손등처럼 낡아진 가마솥‘은 매우 좋습니다.


넷째, 다음 부분은 어머니가 실족하신 것이지요? 그런데 문장을 보면 어머니와 무쇠가마솥이 함께 실족하여 목발을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와'가 문제이지요. 그러니 이 부분은 어머니에서 끝내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다음 행에서 가마솥을 표현하면서 어머니의 오랜 친구였음을 넣어주면 되지요.

즉 '그 뼈아픔에/가슴까지 저렸을 오랜 친구 가마솥'처럼 말입니다. 


다섯째, 어머니의 목발에도 이처럼 가슴 아파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가마솥은 얼마나 슬퍼할까하는 내용이 이 부분이군요.

그런데 홀로 남아 운다는 것과 슬픔이 많다는 일반적인 표현으로는 읽는 사람을 감동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이 울면 눈이 뚱뚱 불지요? 더 많이 울면 신체에 이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마솥도 신체에 이상이 나타나야 감동이 전해집니다.

그러니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표현을 해야지요. 그을음이 더욱 까마질 것이라느니, 마침내 가마솥에 금이 갈 것이라느니 하는 변화를 표현해야 합니다. 


제가 조찬 강의 때 말한 의인화가 여기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상무님께서 가마솥이 슬퍼한다는 것을 표현하신 것 자체가 이미 의인화 기법으로 시를 쓴 것이기는 하지만 의인화해서 사람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넣고 그 변화를 충분히 표현해야 합니다. (앞의 저렸을 이라는 부분도 마찬가지지요. 저렸다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가슴을 저려 어떻게 신체가 달라졌는지 말입니다)


즉 가마솥의 변화를 슬픔과 연결해야 그 슬픔의 농도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어서 읽는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것입니다.

가마솥이 오래되면 검게 그을리는 것 말고 다른 변화는 없나요? 아, 혹 얇아져 구멍이 나지는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그 변화를 적어 넣으시면 가마솥이 오래돼 부식으로 인해 구멍이 나는 게 아니라 오랜 친구인 상무님의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에 가마솥에 구멍이 났다는 새로운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혹여 제 졸서인 <시에서 아이디어를 읽다>를 읽지 않으셨다면 한번 읽어보세요. 그 방법이 그대로 시창작법이 될 것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시창작법을 공부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동시도 읽어보세요. 동시에 이미지 창출 방법이 잘 드러납니다.


제가 지적할 부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공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적할 수 있는 수준조차 되질 않아 고민했던 적도 많습니다. 조그만 체계적으로 공부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시 창작 방법을 그대로 아이디어 창출에 활용해 보세요. 결국 생각법, 상상법은 하나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좋은 글 쓰시고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혹시 시 창작 공부하고 싶은 경영인들이 있으면 동호회 만들어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등단을 목표로 해서 공부하는 동호회 말입니다. 경영인들의 시 창작 아카데미를 만드는 것도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영인이 시인이 돼야 하다고 믿는 저는 시를 쓸 줄 알고 시 창작법을 경영에 활용할 줄만 안다면 스티브 잡스 이상의 천재가 수없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물러갑니다.

 

황인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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