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 한국/건설인의 길에

눈 많은 현장에서

인해촌장 엄재석 2006. 3. 1. 09:50

어인 일인가?

따스한 호남땅 보성에서 이다지도 많은 눈을 보아야 하니

어제 밤에는 폭설이 내려 온통 현장 사무실은 눈꽃 축제가 벌어졌다

모든 직원들이 사무실 앞 도로에서 제설작업에 동원되었고

벌교의 가설사무실 수도관도 동파되어 아침에는 물조차 나오지 않고

보성분구의 직원들은 아파트 숙소에서 나오지도 못한다고 연락된다.

 

내가 눈을 몰고 호남으로 내려왔는지

눈 많은 강원도에서 태어나 눈속에 자란 이 몸이  호남에 와서 일하다 보니

눈 구경 힘든 따스한 벌교벌이 눈 밭으로 바뀌었다.

이곳의 지역 노인들도 자기 평생에 이렇게 눈을 많이 본 적이 없다 할 정도로

연일 계속되는 눈발에 모든 도로도 빙판이고

모든 처리구역의 공사는 중단되었다.

작업인부들과 중장비는 대기하여야 하니 이들의 허전함을 하얀 눈이 달래줄까?

얼마나 지나야 공사장이 정상으로 되 돌아 갈려는지.....

 

이제야 금년도 열흘도 남지 않은 이시점에

지난 한해를 반추하여 본다 계획한 일은 얼마나 성취하였는가?

이룩한 것은 무엇이며 후회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할 수만 있다면 하얀 눈세상처럼 깨끗이 지워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처음처럼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하이얀 바탕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은 아직도 꿈속을 헤메는 나일까?

 

어짜피 눈 때문에 꼼짝할 수 없다면 그동안 밀린 일들이나 챙겨야 하리라

하도자들이 원가가 안된다고 하소연하니 원인 분석과 대책을 세워야지

그들의 입장에서 검토하리라

그동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문제되었던 각종 설계변경사항들도 꼼꼼히 챙겨봐야지

할 수 있다면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리라.

보성군이나 환경관리공단이나 협력회사나 우리 회사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길을...

하지만 무엇보다도 동파된 수도관부터 우선 보수해야지.

우리 조직의 직원들이 먹고 자고 씼는 것도 소중하니까

 

눈 속이라고 결코 한가할 수 없는 현장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나 보다.

 

눈 많은 현장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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