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자작 수필 118

가마솥의 슬픔 3

가마솥의 슬픔 3 엄재석 고향집 뒤안뜰 가마솥 하나 피붙이 올 때마다 그을음이 더덕지며 칠순 엄마 손등 같네요 순두부 좋아 하는 아들로 아궁이 장작지피다 어이없는 실족 장작불 꺼질 줄 몰랐네 님 가신 후 밤 이슬 하나 가득 녹슨 구멍에 눈물만 흘러 언잰가 다시 오려나 빈 솥바닥 낙엽만 쌓였네 홀로 남은 뒤안 뜰 가마솥 우리 님 먼길 가시고 그리움에 울고 있는 그 슬픔 누가 아실까요?

시---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엄재석 남은 생 이어 가는데 어둠 깔리는 한강변에서 함께 레이싱하는 그런 친구 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남은 강 흘러 가는데 여주 땅에 농막지어 주말마다 불러 하는 그런 친구 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남은 길 걸어 가는데 목발짚고 출근하는 친구 날마다 챙겨주는 그런 친구 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남은 시간 보내야 하는데 자기네 결혼기념일 축하자리까지 불러내는 그런 친구 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남은 삶 살아야 하는데 예배당 2층에서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는 그런 친구 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나의 오른 발이여

나의 오른발 엄재석 지난 65년간 무탈하게 온 몸 받치었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충실했던 나의 오른발 한 여름이 시작도 하기 전 벡 스윙 순간의 헛디딤에 파란 바다 물결쳤고 나의 65년은 무너졌네 절뚝 절뚝 걸음걸이 밀려오는 통증 속에 아들네 차에 실려서 한 밤중 병원에 갑니다. 1cm 발뼈의 균열로 반 깁스에 양쪽 목발까지 영낙없는 장애인이네 2개월 시한부 장애인 이 아픔을 누가 아실까요? 방 한칸 거리가 왜 그리 먼지 화장실 턱이 그리도 높은지 나의 오른발 나의 오른발이여 지난 해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 나의 어머니 목발서툰 아들보시고 울지 마소서 울지 마소서